지난달 1일 열린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일 열린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 사진=연합뉴스

최고경영자 교체기를 맞아 금융그룹간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차기를 결정한 신한금융은 누구라도 인정할 승계가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은 전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조용병 회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뜻밖이라거나 이변이란 등의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최종 면접을 마친 뒤 표결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진 행장은 투표에 참여한 사외이사들에게 만장일치로 지지를 받았다.

조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총괄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세대교체도 이유로 들었다.

조 회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차기, 차차기를 보면서 인사를 해야 한다"며 "이번 후보군에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기 때문에 세대교체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데' 나가는 것과 '할 수 없이' 나가는 것은 다르다고도 강조했다.

개인보다는 회사와 후배들을 생각해 용퇴를 결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사퇴 의사를 밝힌 시점이 투표를 제외한 모든 회장 후보 선정 절차를 마친 뒤란 점에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냔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등의 얘기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보 결정과 관련해 진실이 무엇인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간의 예상과 달랐을 뿐 충분히 자격이 있는 인물이 신한금융을 이끌게 됐다는 사실이다.

진 행장은 경영 승계 1순위 자리에 있었고 코로나19와 라임펀드 사태 등의 상황에서도 조직을 잘 추스르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며 탁월한 경영 능력과 위기관리 역량을 입증했다.

회추위는 여기에 더해 진 행장이 SBJ은행 법인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역임하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장에게 요구되는 통찰력,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40년 가까이 몸담으며 과거와 현실을 알고 미래를 그린 인물이 조직의 한계와 가능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속성 있게 효율적으로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점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무난하고 자연스러운 최고경영자 자리 승계는 조직의 안정은 물론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에도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은 신한금융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이 사실상 연임 길목을 막고 사퇴를 압박하고 있고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도 교체가 확정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두 사람은 경영성과와 조직관리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연임될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손태승 회장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중징계를 받으면서, 손병환 회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농협금융 차기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아직 특정되지 않았지만 '낙하산'은 기정사실이다.

외부에 있더라도 능력과 덕망이 있으면서 조직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온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통상 이런 인물에게 낙하산이란 꼬리표는 따라붙지 않는다.

현황 파악이 안 된 수장은 부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예측 불가의 지배구조는 조직을 뒤흔들어 구성원의 역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현상 유지라도 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모두가 앞으로 나갈 때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 퇴보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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