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준 매출 11조원에 1년내 갚아야할 부채 10조 넘어
고금리에 이자부담 크지만 '한샘' 투자는 더 확대해야
그룹내에서도 맏형 노릇 못해…경쟁사 신세계는 '쓱세일' 대박

강성현 롯데쇼핑 대표
강성현 롯데쇼핑 대표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부채가 많은 일부 유통업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버는 돈으로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지만,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를 아낄 수는 없는 처지여서다.

9일 각 회사의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3분기 연결재무제표기준 10조9108억원 규모의 유동부채가 있다. '유동' 부채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뜻한다. 만기가 1년 이상 남은 '비유동' 부채와 함께 쓰이는 회계용어다.

롯데쇼핑의 유동부채는 1년 전인 2021년 3분기보다 1조원 가까이 늘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롯데쇼핑은 올해 들어 1조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했지만 결국 빚은 더 늘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면 부채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그렇지 않다.

롯데쇼핑의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2931억원이다. 이 기간 부담한 이자비용은 3645억원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다. 

롯데쇼핑의 이자보상배율은 3년째 1을 밑돌고 있다. 보통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1 미만이면 잠재적인 부실기업으로 분류한다. 또한 3년 연속 1 미만이면 '한계기업'으로 간주한다. 내년 재무제표가 확정된다면 롯데쇼핑은 한계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버는 돈으로 못 갚는다면 있는 돈으로 갚으면 된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그마저도 어렵다.

롯데쇼핑이 3분기 기준 보유 중인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7747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채권과 금융자산, 재고자산 등 1년 내에 현금화 할 수 있는 '유동자산'의 규모라고 해도 3분기 기준 6조5161억원에 그친다.

그렇다면 방법은 대출 연장이다. 대출을 연장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다. 대출을 유지해야 자산도 유지된다. 기업 입장에서 자산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대출이자보다 많다면 상환연장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최근의 고금리다. 3분기 기준 롯데쇼핑(AA-)의 연결재무제표상 사채 금리는 연 1.55~4.93% 수준이다. 현재 AA-등급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금리는 5.40%가 넘는다. 

만기연장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보니 눈앞의 불은 꺼도 대출 연장 이후 이자비용의 급증이 예상된다.

[사진=롯데쇼핑]
[사진=롯데쇼핑]

이처럼 롯데쇼핑의 수익률이 크게 훼손되면서 그룹 내부에서도 '손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가지고 있던 롯데쇼핑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해지하고, 대신 롯데지주 대출을 늘린 것도 롯데쇼핑에 대한 그룹 내 입지 약화를 상징하는 일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말 롯데쇼핑 주식 88만주를 담보로 약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롯데쇼핑의 주가는 20만~30만원 선에서 움직였다. 이 자금은 청년희망펀드 조성과 롯데제과 인수 자금 등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 롯데쇼핑의 주가 하락에 따라 담보 주식수는 200만주 가까이 늘었다가 현재는 0이 됐다. 현재 롯데쇼핑의 주가는 9만원 선이다.

최근 롯데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롯데건설의 유동성 지원에서도 롯데쇼핑은 빠졌다. 한때 롯데그룹의 간판이었지만 이제는 '깍두기'가 된 셈이다.

이처럼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지만 투자는 멈출 수 없다. 롯데쇼핑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한샘에 약 350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샘으로서는 주가와 실적 하락에 따른 인수금융 대주단과의 재무약정 위기를 해소하게 됐지만 롯데쇼핑은 부담이 더 커진다. 한샘은 올해 3분기 1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주가는 롯데 등 인수단의 지분 인수 시기 대비 5분의 1 토막이 났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하는 것이다.

해당 투자 확대는 롯데쇼핑의 뜻이라기 보다는 인수에 참여한 대주단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단은 한샘의 주가가 하락하며 기한이익상실 위기에 빠지자 한샘의 공동인수자인 IMM PE와 롯데 측에 투자 추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롯데쇼핑로서는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야심찬 전략을 진행했다가 뜻밖의 악재를 만난 것이 크게 아쉽다. 지난해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물러난 강희태 전 대표의 후임인 강성현 대표가 추진한 '롯키데이'가 바로 그것이다.

경쟁사인 신세계의 '쓱데이'에 맞불을 놓는 대규모 할인행사였지만 지난 10월발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여파로 행사 규모를 크게 줄였다. 행사 전 대대적인 홍보도 벌였지만 행사가 끝난 뒤 행사 관련 실적을 대외에 알리지도 못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쟁사 신세계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쓱데이를 전면 포기했다가 야구팀 SSG랜더스의 우승에 따른 '쓱세일'을 진행해 대박을 쳤다. 쓱세일은 목표 매출의 140%를 넘기는 흥행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쓱세일의 성공을 격려하며 2만6000명이 넘는 직원에게 10만원짜리 상품권도 지급할 예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신세계와 롯데의 유통업계의 위상이 크게 달리질 수 있다"며 "이런 위기다 보니 내년에 롯데쇼핑의 인력조정과 매장정리, 자산유동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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