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고경영자 선임에 '외풍'이 거세지면서 손병관 NH농협금융 회장의 연임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CEO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이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수장으로서 당연한 원칙을 얘기한 것이지만 김지완 BNK금융 회장 중도 사퇴, 손태승 회장 중징계 확정 등과 맞물리면서 정부가 금융권 CEO 물갈이를 본격화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권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발언이란 추측과 금감원 기준에 못 미치는 인물이 CEO가 되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더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낙하산 인사가 내려온다면 농협금융이 착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았다.
농협금융은 출범 이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내부 출신으로 농협금융 수장이 된 것은 사실상 손병환 회장이 유일하다. 첫 회장으로 이름을 올린 신충식 회장은 불과 100일만에 자리를 내놨다.
당시 고위 관료 출신이 초대 회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구체적인 인물도 거론됐다. 하지만 내부 반발이 거셌고 농협은 신충식 회장을 선택했다. 신충식 회장은 농협은행장으로 내정됐던 상태다. 석달여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처음부터 임시로 자리를 맡았던 것 아니냔 해석과 정권 말 새로운 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 뒤로 농협금융 회장 자리는 관료 출신이 채웠다. 신동규 회장(행정고시 14회), 임종룡 회장(행시 24회), 김용환 회장(행시 23회), 김광수 회장(행시 27회) 등이다.
신동규 회장이 선임 될 때부터 낙하산, 관치 논란과 내부 반발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손 회장은 농협금융 회장 자리는 '관피아'가 맡는다는 공식을 깼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취임 이후 양호한 성과를 내면서 연임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젠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권력의 의지가 강하다면 재임 기간 성적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