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최상위권 진입 어려울 듯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 / 사진=연합뉴스

NH투자증권(대표이사 정영채)에 따라붙던 'IPO 명가'란 수식어가 무색해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10여년간 최상위권 유지해오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명성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2008년부터 상장주선 기업 수나 공모 규모에서 줄곧 업계 1·2위를 유지했다.

기업 수가 적을 때는 덩치가 큰 기업의 상장을 주선해 성과를 냈고 반대로 공모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누구보다 많은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는 것을 도왔다. NH투자증권은 양쪽에서 '투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2020년 상장주선 기업 수가 9개로 미래에셋증권(17개), 한국투자증권(15개)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공모 총액은 2조1182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7725억원), 한국투자증권(1조6873억원)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각각 9600억원 안팎으로 당시 규모가 가장 컸던 SK바이오팜과 빅히트의 상장을 모두 맡은 덕분이다.

2017년도 상장주선 기업 수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그해 최대어인 넷마블의 주관사를 맡으면서 유일한 3조원대 공모 규모를 기록했다. 공모총액이 두 번째로 많았던 미래에셋증권과 1조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2014년은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한국투자증권 다음으로 많은 7개사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해당 부문 2위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기업 수와 공모 총액 모두 최고였고 2008년과 2011년, 2012년, 2016년, 2019년은 둘 다 최소한 2위를 차지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NH투자증권이 둘 중 하나도 '투톱'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2010년과 2018년인데 그 다음 해에는 최상위권에 복귀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같은 명예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고 공모 총액은 3조743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는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많은 21개 기업의 상장을 도왔고 공모 총액도 8조9000억여원으로 가장 컸다.

올해는 한국투자증권이 13개로 제일 많은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고 공모 총액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맡았던 KB증권(13조4478억원)이 가장 크다.

NH투자증권은 각각 4위, 7위다.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던 현대오일뱅크와 조 단위 몸값이 기대됐던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상장을 철회한 영향이다.

교보생명과 컬리, 케이뱅크 등 NH투자증권이 상장을 맡은 기업들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 연말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사실상 없다. 컬리와 케이뱅크는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지만 내년 초 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교보생명은 재무적 투자자와의 분쟁으로 상장 예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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