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아닌 플랫폼 강조하지만 플랫폼 사업 위축
"상승 여력 없다" 평가에 사실상 매도 의견도 나와
"개인사업자 뱅킹 등 주가 재평가 요인으로 한계"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 사진=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증권가에서는 투자 매력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은 물론이고 사실상 매도 의견도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차별점으로 강조해 온 플랫폼으로서 역량과 신사업 성과는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이자 규모만 커졌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3분기 영업수익 4118억원, 영업이익 1046억원, 당기순이익 7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50% 안팎 성장한 것으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카카오뱅크는 전날 이런 내용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17% 넘게 올랐고 1만7300원(1일 종가)이던 주가는 2만250원까지 상승했다. 이날은 1.98% 하락한 1만9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증권가의 시각은 최대 실적에 환호한 투자자들과 온도차가 크다. 그동안 곤두박질친 주가가 오름세로 방향을 바꿀 것이란 관측보다는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은경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호실적이 주가 상승 트리거로 작용하기 충분했다"면서도 "카카오뱅크가 강조한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 런칭, 인증 사어 및 가상자산거래소 연계 서비스 등은 주가 재평가 요인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내년 케이뱅크 상장으로 수급 분산이 나타난다는 것도 카카오뱅크 주가의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기존에 3만원에서 높게는 5만원 이상으로 목표가를 잡고 있던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대부분 목표가를 2만원대로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뱅크의 현재 주가(2만250원)보다 낮은 1만5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을 '보유(HOLD)'로 하향했다.

카카오뱅크의 적정 주가는 지금보다 26%가량 낮다는 분석으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이다. 한화투자증권도 매도 의견에 가까운 견해를 내놨다. 한화투자증권은 목표가를 2만원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올해 3월부터 보유였다.

카카오뱅크 최근 1년간 주가 추이(단위: 만원) / 자료=한국거래소
카카오뱅크 최근 1년간 주가 추이(단위: 만원) / 자료=한국거래소

증권가에서 카카오뱅크를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플랫폼 사업을 통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다른 금융플랫폼으로서의 기대가 반영돼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상장된 은행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3.6배 수준이고 카카오뱅크는 30배가량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고성장 금융 플랫폼으로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 위해서는 앱 트래픽이나 대출, 수수료·플랫폼 관련 수익이 차별화된 성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3분기 호실적은 주로 NIM(순이자마진) 개선과 대손비용률 하락에 기인한 만큼 아직까지 관련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영업수익 가운데 이자수익 비중은 81.9%로 1년 전보다 8.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플랫폼·수수료수익은 25.4%에서 15.4%로 10%포인트 낮아졌다. 카카오뱅크의 영업수익은 이자수익이 확대되고 플랫폼·수수료 수익은 위축되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현재 은행주가 아닌 플랫폼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지만 플랫폼 이익 기여도는 낮다"며 "앞으로의 관건은 플랫폼 역량 강화와 이에 따른 이익 기여도 개선"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성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주가도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이란 의미다. 현재의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려면 플랫폼 수익 확대가 확인돼야 한다는 게 증권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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