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드디어 물류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당초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물류혁신을 이루겠다던 롯데는 유통과 물류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혹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대대적인 인사 혁신으로 관련 조직의 시설투자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롯데쇼핑이 1일 영국 기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e-Grocery)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쇼핑은 이번 계약을 통해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Ocado Smart Platform)'을 도입할 예정이다. 관련 공시에 따르면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투자비용은 9500억원이다.
롯데 유통군은 이번 롯데쇼핑과 오카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장보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영국에서 매장 없는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로 시작한 오카도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수요 예측부터 자동화 물류센터에서의 피킹과 패킹, 배송 및 배차에 이르는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 및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OSP는 자동화 물류센터(CFC: Customer Fulfillment Center)와 자체 개발한 로봇,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유통업체들이 배송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미국의 크로거(Kroger), 캐나다의 소베이(Sobeys), 호주의 콜스(Coles) 등 대형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함께 2025년 첫번째 CFC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의 CFC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2년에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의 구매 이력 및 성향에 기반한 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한 별도의 플랫폼도 론칭할 예정이다.
오카도가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슈퍼마켓은 정시 배송 및 장바구니 정확도가 97% 이상이다.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OSP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소베이(Sobeys)의 경우 역시 정시 배송 및 장바구니 정확도가 98%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의 OSP 도입 및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CFC 부지 및 건축 비용, OSP 이용 수수료 등을 지불하게 되며, 오카도는 CFC 내 자동화 풀필먼트를 위한 로봇, 그리드 등의 하드웨어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유지 보수도 지속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현재(2021년 기준)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약 135조원 규모로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에 비해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그로서리는 온라인 침투율이 가장 낮은 분야였으나, 유통업체들의 공급망 강화 및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롯데는 지난 2018년 "유통 혁신을 위해 3년동안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2020년 그 결과라며 롯데온을 론칭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온은 유통혁신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계열사의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모바일 쇼핑몰 이상의 가치를 구현하지 못해 안팎으로 실망을 안겼다.
이미 당시 경쟁사인 쿠팡과 신세계 등은 수조원의 투자를 집행해 물류센터를 전국에 배치하고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던 상황이었다.
결국 롯데는 당시 롯데온 사업을 추진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를 경질하고 외부인물인 김상현 유통군 총괄 대표를 영입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김 대표는 최근 롯데 유통계열 통합 프로모션인 '롯키데이'를 이끌며 롯데 유통군의 소프트웨어적인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번 인프라 투자로 하드웨어적인 체질개선에도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