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해서 창업하란 말인가요? 그거 위험해 보이는데"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 대출을 할 때 업력 조건을 보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카카오뱅크는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사업자 뱅킹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우선, 통장과 대출, 체크·신용카드를 선보이고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해 개인이 사업을 하면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생각이다.
이병수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스튜디오 팀장은 "단순한 은행 앱이 아니라 사업을 위한 필수 앱이 되는 게 목표"라며 "3년 이내에 가장 많은 사업자 고객을 보유하고 가장 많은 사업자가 활동하는 앱이 되겠다"고 말했다.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와 꼭 필요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개인의 사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카카오뱅크의 의지가 실현되길 응원한다.
하지만 개인사업대출과 관련한 걱정은 지우기 어렵다.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대출의 한도와 금리, 기간 등은 다른 인터넷은행과 별반 다른 게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사업 경력이 없어도 대출이 된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사업 기간 1년 이상이고 휴·폐업 없이 3개월 이상 연속된 매출이 있고 연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토스뱅크는 개업 1년 이상 또는 최근 6개월 이상 매출 발생, 연 소득 500만원 이상이 기본 조건이다.
카카오뱅크가 사업 경력을 대출 자격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단지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돈이 없어 꿈을 펼치지 못하는 일을 줄이겠다는 것은 선의겠지만 경제활동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너무 쉽게 창업 시장에 뛰어들 게 만드는 데 따른 부작용이 걱정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장점인 간편한 대출 실행이 부작용을 키우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깊은 고민, 철저한 시장조사와 같은 준비가 부족한 게 개인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업이 실패하면 빚을 갚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고 이는 한 개인을 회생 불가의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 사업을 위해 대출이 필요한 경우라면 보유 자산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가 된다.
업력과 매출 발생 기간이 길수록 신용이 높게 평가될 공산이 큰 만큼 창업 새내기들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감당해야 할 상황에 몰릴 것이란 짐작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