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뚜기의 친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14년 전 가격인상을 사죄라도 해야할까요.

라면 가격을 올리겠다는 오뚜기의 짤막한 발표를 두고 경쟁사들이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쟁업체가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 자체는 서운할 일이 아니지만, 발표 내용에 담긴 다른 뜻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오뚜기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라면류의 출고가 기준 가격을 평균 11% 올린다고 발표했다.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재룟값 상승과 고환율, 그리고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의 상승을 들었다.

문제는 오뚜기가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경쟁사와 비교에 나선 데서 비롯됐다.

오뚜기는 보도자료에 십수년 전부터 경쟁사가 몇 차례나 라면 가격을 인상했는지 적었다. "2008년 이후 라면 4사의 가격 인상은 오뚜기가 2회로 가장 적었고, 농심과 팔도가 각 4회, 삼양식품이 3회 인상했다"는 것이다.

길지 않은 부분이지만 경쟁사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자사 제품의 가격 인상 발표를 하면서 왜 경쟁사를 깎아내리냐는 불만이다. 최근 라면업계의 제품가격 인상은 각 사의 사정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섭섭함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농촌경제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1분기 143.7이던 식용곡물 수입단가지수는 2, 3분기 만에 30.8% 급등했다.  화물 운임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20% 이상 올랐다.

환율 또한 급등했다. 수입산 재료를 쓰는 식품업계에 치명적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최고치로 1400선에 근접했다.

오뚜기가 언급한 2008년에도 지금과 거의 같은 이유로 라면업계가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라면업계는 동시다발적인 가격 인상에 담합을 의심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도 받았다. 담합 혐의는 벗었지만 조사 여파로 라면의 권장소비자격이 한때 없어지기도 했다. 

오뚜기도 이번에 경쟁사와 같은 이유로 가격 인상 나서는 것인데 경쟁사의 십수 년 전 행적까지 조사해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것은 매우 불쾌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게다가 실제로 인상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오뚜기가 특별하게 더 나을 것도 없다. 이번에 오뚜기는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간판제품인 진라면 가격을 620원에서 716원으로 15.5% 올렸다. 

이에 비해 농심은 대표상품인 신라면의 가격을 10.9% 올리는 데 그쳤다. 팔도도 회사의 간판인 비빔면의 가격을 10.9% 올리는 데 그쳤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뚜기의 가격 인상 충격이 가장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뚜기가 일명 '갓뚜기'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타사를 깎아내리는 것 같다"며 "고통을 함께 겪고 있는 입장에서 오뚜기의 발표는 '상도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라면업계 특성상 가격 인상은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서로를 더 이해하고 소비자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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