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경기지역 전국금융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경기지역 전국금융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704억원. 1억550만원.

최근 6년간 금융회사 임직원이 횡령한 금액과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이다. 두 숫자와 금융노조의 총파업이 겹치면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금융노조는 다음 달 16일 총파업을 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사용자 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4%가 찬성표를 던져 총파업을 결정했다.

금융노조는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인상률 1.4%를 제시하고 근무 시간 단축과 영업점 유지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표했다.

더 많은 급여, 더 나은 근로 여건,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바라는 것은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맨'이 고액 연봉을 받는 이유는 금융회사의 공공성과 신뢰성 때문이다. 넉넉한 벌이를 제공할테니 소위 '딴생각'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해 고객이 믿고 거래하면서 경제활동에 도움을 받도록 하라는 것이다. 다른 업권에 종사하는 근로자보다 몇 배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에 기여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은 계속된 횡령 사고로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무소속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몇 년간 일주일이 멀다하고 횡령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횡령 규모는 2018년부터 계속 확대되고 있다.

고액 연봉의 명분이 깨진 것과 동시에 실질임금을 삭감하려 한다며 분노하기보다 지금까지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판이다.

금융회사들이 억대의 평균 연봉을 줄 수 있는 배경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정받은 독점적 지위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금융업 외에 정부 차원에서 경쟁자의 진입이 어렵게 장벽을 세워 둔 곳은 찾기 어렵다. 이런 특별한 혜택이 없었다면 은행이 이자로만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헌신했으니 더 많은 돈을 달라는 것도 어불성설에 가깝다. 비상 상황이 아닌 평시에 이미 충분한 대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대해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업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분명하다. 명분도 없고 납득도 어려운 주장은 지지를 받기는커녕 '생떼'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노조가 더 많은 급여, 더 나은 근로 여건,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얻어내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떼쓰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누려온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라 금융당국과 소비자의 배려와 호의였다는 점을 먼저 깨닫고 그에 걸맞게 행동해왔는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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