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면 당연히 좋죠. 근데 안 될 거예요. 기대도 안 합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예금보험료율 인하에 대한 저축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예보율 인하는 저축은행업계의 숙원이고 바람도 크지만 현재로선 현실화 가능성이 없어 보여 사실상 신경도 안 쓴다는 것이다.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지낸 오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에서 예보율 인하를 공약했고 취임 후에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오 회장이 예보율 인하에 적극적인 것은 저축은행의 예보율이 은행 등 다른 업권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예보율은 예금 잔액을 기준으로 내는 데 저축은행은 0.4%를 적용받는다. 0.08%인 은행의 다섯배다.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는 0.15%를 낸다.
예보율을 인하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져 주로 서민과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저축은행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오 회장의 생각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돈이 줄면 그만큼 실적도 숨통이 트인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좋아진 것도 예보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모두 일리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만 본다면 그렇다. 하지만 저축은행 예보율이 유난히 높은 배경 등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현재의 예보율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높아졌다. 당시 예금보험공사는 사태 수습을 위해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만들어 27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13조6000억원가량을 회수했고 아직 9조7000억원의 부채가 남았다.
저축은행이 내는 예보료 2026년까지 모두 특별계정으로 들어간다. 특별계정에는 은행을 비롯한 다른 금융권에서 내는 예보료의 45%도 투입된다.
만약 저축은행의 예보율이 낮아지면 예금보험기금 회수는 차질이 생기게 된다. 저축은행 예보율만 낮추면 저축은행업계에서 생긴 문제의 뒤처리에 힘을 보태고 있는 다른 금융권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예보도 이런 이유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저축은행 계정은 현재 마이너스 상태고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할 때 사용한 돈을 다른 금융기관들과 함께 갚아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예보율을 낮춘다면 다른 금융권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오 회장이 예보율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업계에 필요한 일이라면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응원과 지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일에 힘을 쏟는 게 현명하고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보율 인하가 저축은행의 경영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유일한 또는 절대적인 해법은 아닐테니 말이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