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2분기 영업익 전년비 -75%...24년래 첫 국내적자

농심 사옥
농심 사옥

라면 3사의 2분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1위 농심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반면 오뚜기와 삼양은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뤘다. 국제 곡물 가격 인상이라는 공통 악재를 맞아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사업 다변화로 기회를 모색했던 기업들이 오히려 기회를 찾았다.

문제는 하반기다. 곡제 곡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라면업계가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농심, 24년 만에 첫 내수시장 적자...곡물가 인상 직격탄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농심은 연결 기준 매출 75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5%나 감소했다. 특히 해외법인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농심이 국내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국제 금융위기가 업계를 덮친 지난 1998년 이후 24년 만이다.

주력 상품인 신라면과 너구리 등의 판매 호조 덕분에 매출이 늘고 해외법인도 시장 확대에 성공하면서 매출증가에 힘을 보탰다. 반면 수익성은 국제 곡물 가격 인상 여파로 훼손됐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이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밀가루 원료인 소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글로벌 수출 비중이 전 세계 수출량의 30%에 달한다. 올해 소맥제품의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이유다. 지난 6월 1톤당 제분용 밀 수입단가는 453달러, 식용 옥수수는 412달러, 콩(채유용)은 67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48% 정도 상승했다.

여기에 라면의 주원료 중 하나인 팜유 가격도 불안하다. 팜유의 글로벌 수출량의 6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지난 2분기 한때 수출을 금지하며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오뚜기·삼양은 선전...라면 비중 낮거나 수출비중 높거나

반면 같은 라면업계 빅3 가운데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눈에 띄는 실적개선을 이뤘다.

업계 2위 오뚜기는 연결 기준으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7893억원, 영업이익은 32% 늘어난 477억원을 달성했다.

오뚜기는 라면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농심과 달리 30% 수준에 그친다. 식자재와 간편식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국제 곡물 가격 인상 여파를 비껴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어 3위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2553억원, 영업이익은 92% 증가한 273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은 라면 사업 비중이 농심보다도 높은 90%를 차지하지만 생산한 라면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은 생산한 라면의 6% 정도만 수출한다.

여기에 불닭 제품들의 수출 확대로 해외 사업에 불이 붙었다. 삼양식품 2분기 수출액은 183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0%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라면 전부를 국내에서 직접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여서 2분기 달러강세 수혜를 입었다. 


◇국제 곡물가 상승세 지속 전망...라면값 인상 부채질

한편 하반기 들어서도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라면 3사 모두 수익성 유지를 위해 라면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곡물 수입단가 상승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2분기에 고점을 나타냈던 국제 곡물 가격이 3분기 수입가격에 반영되면서 3분기 곡물 수입가격이 2분기보다 16% 정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4분기 수입단가는 3분기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2분기보다는 높을 것으로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밀가루와 팜유 등 분식 제품의 주원료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부담이 크다"며 "업계 1위 농심이 국내에서 라면을 팔아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가격 인상이 필요한 충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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