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당 놓고 남양·한앤코 갈등 격화...금융투자업계선 한앤코 주장에 무게
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싸고 베일에 싸여있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한앤코) 회장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한앤코 측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 홍 회장이 직접 출석해 남양유업 매각을 위해 한앤코 측과 논의한 내용을 증언했다.
홍 회장은 계약 논의 초기부터 매각 대상에서 남양유업의 외식사업부인 '백미당'을 제외하겠다는 뜻을 한앤코 측에 밝혔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경영권을 물려주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함이 컸다"며 "남편으로서 도리로 아내가 피땀 흘려 운영하는 백미당은 가족이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계약 논의 초기부터 대리인 등을 통해 한앤코 측에 전달했다는 게 홍 회장의 증언이다.
하지만 한앤코 측의 설명은 달랐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상원 한앤코 대표는 "남양유업의 주당 매매가격이 82만원으로 정해지는 동안 주당매매가격 외에 백미당 분사나 가족에 대한 예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매각 이야기를 하면서 외식사업부를 원하면 분리해서 검토할 수 있다고 먼저 제안했지만 홍 회장은 그에 대해 아무 답이 없었다"며 "사무실에서도, 따로 만난 식사 자리에서도 백미당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실제 홍 회장 측과 한앤코가 모두 검토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 서류에는 백미당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날 증인 신문에서 한앤코 측 변호인도 계약서에 백미당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홍 회장과 한앤코 측과 오간 서류와 공문에 백미당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음에도 이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거나 내용 수정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백미당은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에 서류에 내용이 없어도 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양측의 입장을 접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앤코 측의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유는 증시에 상장한 법인의 사업부 분사가 구두 약속만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남양유업에서 백미당을 분사해 매각대상에서 제외하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관련 작업이 진행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백미당은 현재 별도 법인이 아닌 남양유업의 한 사업부다. 매각에서 제외하기 위해 백미당을 떼려면 물적분할을 통한 분사가 필요하다. 분할된 백미당의 기업가치를 회계법인이 참여해 산정한 뒤 적정 가격을 매기고 홍 회장 측이 이를 사들여야 분사가 완성된다.
이 방법이 아니라면 홍 회장 측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뒤 이 법인이 백미당을 남양유업으로부터 영업양수도 받는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서도 백미당의 기업가치 산정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남양유업의 매각 과정에서 백미당 분사가 이뤄지려면 계약 성립 전부터 백미당에 대한 회계법인의 가치 산정 작업이 진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남양유업과 홍 회장 측은 이런 과정 없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점이 금융투자업계가 한앤코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홍 회장 측은 M&A 논의 과정에 언급이 없던 백미당을 쟁점으로 끌어들이려 하지만 주장만 있을 뿐 관련 내용이 진행된 아무런 정황과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련의 과정을 업계 모두 지켜보고 있다보니 이제 홍 회장 생전에 남양유업의 인수를 시도하는 곳이 나타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5일 나머지 증인 신문을 진행하고 변론기일을 종결할 예정이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