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브랜드 비중 93.4%…토요타만 절반 차지

우리나라에서는 거리에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 렉서스 등 수입차를 보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큰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 브랜드의 차를 발견하는 게 매우 어렵다. 수입차 비중이 10대중 1대꼴도 안 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자국 완성차 브랜드의 판매 비중은 93.4%다. 지난해 445만대가 팔렸는데 이 중 416만대가 일본 브랜드다. 점유율은 토요타가 47.4%로 압도적이고 스즈키와 혼다, 닛산이 각각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수입차 판매는 독일 브랜드에 치중돼 있고 기타 유럽이나 미국, 한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차는 28만대인데 이 가운데 다임러그룹이 33.1%, 폭스바겐그룹과 BMW그룹, 스텔란티스가 각각 26.4%, 21.9%, 18.7%다. 나머지 수입차 브랜드를 모두 합친 판매량은 4만대 미만이다.

이호중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도로 폭이 좁고 일부 구형 주차장은 사실상 경차·소형차만 이용 가능하다"며 "이런 특수성 때문에 글로벌 인기 모델이 일본 내수 시장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행법상 자동차는 경차, 소형차, 보통차 등으로 구분되는 데 지난해 신차 판매량의 37.2%가 경차고 승용차 판매 중에서는 60.6%가 경차·소형차다.

경차와 소형차의 전폭 기준이 각각 1.48m, 1.7m 이하로 설정돼 있어 인기 모델 대부분은 좁은 박스카나 해치백 형태를 띠고 있고 중대형 SUV나 세단은 판매량이 적은 편이다. 또 도로의 약 85%의 평균 폭이 3.9m에 불과해 시정촌도이고 차고지증명제 실시로 외부 주차장 이용 비율이 높아 통행·주차에 유리한 경차·소형차 선호가 강하다.

소비자들은 차 구매 시 경제성을 우선시하고 구매자와 딜러 간 관계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특성도 있다.

이런 상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연구원은 "중년·노년 인구가 주축이 되는 보수적 소비 행태, 자동차 관련 각종 제도 및 교통환경, 경제 성장률 등을 고려하면 일본 소비자의 차 구매 행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 총소유비용이 내연기관·하이브리드차 대비 저렴해지면 전기차 대중화에 발맞춰 인프라 확충·제도 개선이 진행되면서 시장 변화를 자극할 여지는 있다고 예상했다.
 

전보규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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