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며 경제를 미지의 영역으로 인도하고 있다. 리라화가 연일 사상 최저를 경신하며 연간 20%의 인플레이션에 더욱 강한 상승압박을 가하고 있다. 리리화 가치는 올들어 거의 반토막났다.
이번 대혼란의 중심에는 20년 장기 집권을 노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리한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리라화 폭락에도 금리 인하의지를 불태운다. 금리 인하만이 불확실한 팬데믹 상황에서 유일한 경제해법이라는 주장이다.
◇ 에르도안 "금리 내려갈 것"…경제독립 전쟁 선포
에르도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항전의사를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저금리를 이야기해왔다"며 "현재의 금리는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금리 인상을 옹호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파했다.
1주일 전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글로벌 자본이 터키를 식민지화한다는 음모론을 펼치며 "우리 나라는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경제학자, 기회주의자, 글로벌 금융 곡예사(acrobat)들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1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에 대항해 현대 터키공화국을 건국한 1923년 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알라와 국민의 지지 덕분에 이번 경제독립 전쟁에서 승리가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 의존도 높아 …하이퍼 인플레 위험 고조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3개월 동안 3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에 순응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금리가 인하되면 터키의 만성적 경상적자를 없애기 때문에 리라화 급락과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라 약세로 수출이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 신흥국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는 "우리가 터키에 보유하는 기업들은 달러, 유로로 수익을 남긴다"며 "리리 약세로 비용이 절감되며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오히려 모비우스의 주장대로 외국 기업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 터키는 원유와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금리인하는 리라를 즉각적으로 떨어 뜨리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위험이 커진다.
또 이번 리라 급락은 외국인 투자금 유출이나 터키의 무역적자로 촉발된 것이 아니라 금리 인하 때문이라는 점에서 터키 자국민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리라 급락으로 기업들의 달러채권은 지속 불가능해지고 수입물가가 치솟는다. 그러면 현재 20% 인플레이션은 천정부지로 더 올라 터키는 진짜 전쟁상황에서 나타나는 통제불능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