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쪽서 경영 위기
이베이 인수실패 등 전망 암울

지난해 11월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 /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한국 롯데그룹 86개 계열사 매출은 56조4045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3% 이상 줄었다. 유통과 화학, 서비스 등 그룹 주력 사업이 모두 침체했다. 

일본 사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롯데가 위기를 돌파할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부터 시작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 코로나 사태'까지 롯데그룹의 불운이 계속되고 있다. 

주력인 '유통'의 위기

롯데그룹의 주력은 한국 사업이다. 한국 매출이 일본의 20배에 달한다. 특히, 한국에서 슈퍼마켓 500여개와 백화점 80곳(면세점, 아울렛 포함), 편의점(세븐일레븐) 1만개, 가전양판점 등을 운영하는 유통 사업이 주력이다.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2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팽창했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롯데는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 전경 /사진=롯데그룹

롯데는 뒤처진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3월 그동안 계열사가 각자 운영하던 온라인 사업을 '롯데온'으로 통합했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등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쇼핑판 넷플릭스'를 만든다는 계획이었지만, 계열사 간 연계 부족으로 소비자 불만만 속출했다. 

롯데는 온라인 사업을 단숨에 강화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3조4404억원을 써낸 신세계그룹에 패배했다. 

"직판형인 롯데온과 오픈마켓형인 이베이의 시너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수가격을 비싸게 책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설명이지만 결국 롯데의 온라인 경쟁력은 더욱 약해졌다. 

지난해 1월 새해 첫 출근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둘째)이 지주 및 BU 임원들과 이야기하며 식사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지난해 1월 새해 첫 출근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둘째)이 지주 및 BU 임원들과 이야기하며 식사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멀어지는 매출 100조원의 꿈

롯데그룹의 또 다른 한 축인 화학사업도 부진하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9%, 68% 감소했다. 경쟁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등 새로운 사업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일본 니케이 비즈니스 데일리는 "코로나 감염증 확산이 롯데그룹 실적 악화에 충격을 줬다"며 "그럼에도 궁지에서 벗어나려는 성장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재벌의 규모가 계속 커지는 반면, 롯데그룹은 퇴조가 선명하다"며 "오랫동안 목표로 해 온 그룹 매출 100조원 달성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회장의 친형인 신동주 SDJ 회장 겸 광윤사 대표의 경영권 분쟁도 그룹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사업이 침체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끝낼 묘수인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 ㈜롯데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롯데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월 롯데홀딩스 대표로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과 편의점 로손 등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한 다마쓰카 겐이치를 영입했다. 다마쓰카 대표는 일본 롯데 실적을 개선하고, ㈜롯데를 상장시킬 중임을 맡았다. 

하지만 신동주 SDJ 회장이 롯데홀딩스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한 상황에서 다마쓰카 대표가 ㈜롯데를 상장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경제매체 다이아몬드온라인은 "롯데홀딩스가 거액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롯데그룹의 비원인 ㈜롯데 상장 명분이 흔들릴 처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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