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30년 수산업 운영
중국 업체가 어업권 노려
中 뇌물 받은 당국과 갈등
피살 후 자살로 위장 가능성
김성년 청강피싱 대표
/사진=Augustine Sorie-Sengbe Marrah 트위터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수산업체를 운영하던 한국인 사업가가 사망했다. 사업 관련 당국과 갈등을 빚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부패한 고위층이 사실 폭로를 막기 위해 살해 후 자살로 위장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사망한 사람은 대통령경호실 무술 사범 출신으로 1991년 시에라리온으로 건너가 수산회사를 운영하던 김성년 청강피싱 대표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각)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곁에서 그의 서명이 담긴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는 김 대표가 그동안 시에라리온 수산해양자원부(이하 수산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수산부가 별다른 이유 없이 어선 3척을 9개월 동안 압류하고, 420만달러(약 4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3척 중 2척은 압류기간 동안 도난당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시에라리온 수산부가 김 대표의 배를 압류하고, 그의 어업권을 취소한 것은 중국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일부 공무원이 벌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 사업을 노리던 중국 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일부 공무원이 김 대표가 사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에라리온 수산부는 지난 5월 중국으로부터 5500만달러(약 630억원)를 지원받아 서부 해안에 대규모 산업용 어항(漁港)을 짓기로 했다. 이에 현지에서는 시민단체와 현지 주민을 중심으로 환경 파괴와 어류자원 약탈 우려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수백만 달러를 잃은 김 대표가 뇌물을 받은 관리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한 뒤 살해당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기 죽음으로 정부 고위층 부패를 알리겠다'는 내용의 유서도 가짜라는 것이다. 시에라리온 정부는 김 대표의 유서 내용에 관해 조사를 시작했지만, 사실이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의 한 선임 변호사는 "김 대표 죽음의 진실은 유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달려 있다"며 "개인적으로 김 대표를 살해한 사람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쓴 가짜 유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불행히도 시에라리온에서는 정치가 정의를 방해한다"며 "김 대표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대표는 30년간 시에라리온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한 사업가로 지난 2017년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며 한림성심대학교에 장학금 1000만원을 맡기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