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이 오르면 무조건 팔아라."
고라브 사롤리야 옥스퍼드이코노믹스 거시전략 책임자의 말이다. 그는 글로벌 제조업과 무역의 회복세가 지속되는 한 올 초와 같은 달러 강세는 한동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제조업·무역 확장기엔 달러 약세"
11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사롤리야는 이날 낸 투자노트에서 "이런 국면에서 달러 랠리 때는 팔아야 할 것"이라며 "적어도 오는 3분기까지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가 조금이라도 강세 조짐을 보이면 팔아 이익을 챙기라는 말이다. 당분간은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3월 고점에서 연말까지 약 13% 추락해 2년 반 가까이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올해 초에는 5주 가운데 4주에 걸쳐 상승세를 탔지만, 최근에는 다시 하락세로 기울었다. 지수는 지난 일주일 새 1.22%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연초 달러값이 반등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투기세력의 과도한 약세 베팅을 든다. 달러값 하락을 기대하고 시장에서 달러를 빌려 미리 파는 공매도에 나섰던 이들이 달러를 되갚기 위해 다시 매수에 나서면서(숏커버링) 달러값을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사롤리야는 투자 포지션 변화에 따른 반등은 일시적인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충격에서 점차 회복되고 있는 지금 같은 제조업·무역 확장기는 달러에 불리하다는 게 경험적인 규칙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때는 제조·수출에 강한 나라들이 미국보다 더 강력한 성장세를 뽐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품시장 5번째 슈퍼사이클"
제조업을 비롯한 글로벌 산업활동이 얼마나 강한 확장 기조에 있는지는 상품(원자재)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롤리야는 국제유가와 구리를 비롯한 산업금속 가격이 동반 랠리를 펼치고 있다며 상품 강세장이 수년간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고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각각 1년 만에 최고 수준에 있다. WTI는 전날까지 8일, 브렌트유는 이날까지 9일 연속 올랐다. 이번주 구리 가격은 8년 만에 최고치 가깝게 뛰었고, 백금(플래티넘)은 6년 만에 고점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급기야 마르코 콜라노빅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전날 보고서에서 상품시장의 새 슈퍼사이클(장기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그에 따르면 상품시장에는 지난 100년간 4번의 슈퍼사이클이 있었다. 이번이 5번째 슈퍼사이클인 셈이다. 4번째 슈퍼사이클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12년 만에 정점을 맞았다.
◇"기업 디레버리징 등 변수도"
사롤리야는 달러 약세, 상품 강세 여지가 아직 크다고 봤다. 투자자들이 아직 수년간 이어진 달러 강세장, 상품 약세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그는 미국에서 고수익에 대한 기대로 유출되는 자금의 흐름과 사상 최대 수준의 부채를 쌓은 기업들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으로 인한 성장 둔화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