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미국 월가에서 한창인 '스팩'(SPAC) 붐에 올라탈 태세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인수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를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엘리엇이 최근 은행들과 만나 스팩 설립을 위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을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논의 과정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계획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비슷한 규모의 스팩들이 인수한 기업을 보면, 엘리엇이 스팩을 통해 손에 넣으려는 기업의 가치가 세 자릿수의 억달러 수준은 될 것으로 봤다. 엘리엇이 어느 분야, 어떤 기업을 인수 목표로 삼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억만장자 투자자 폴 싱어가 설립한 엘리엇은 420억달러(약 47조원)가량을 운용한다. 다른 헤지펀드들과 달리 그동안 스팩 투자 바람에서 비켜나 있었다.
주주행동주의로 유명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 한국에서도 잘 알려졌다.
◇'껍데기', '백지수표'...스팩이 뭐길래
스팩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파는 물건도, 제공하는 서비스도 없다. 단지 IPO로 조달한 자금이 전부인 '껍데기 회사'(shell company)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유력 기관투자가나 유명인사 등이 참여할 때가 많아 IPO가 흥행하기 쉽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인수 표적 등을 잘 알지 못해 '묻지마 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스팩을 '백지수표 회사'(blank check company)라고도 하는 이유다.
스팩이 인기를 모으는 건 비상장 기업들의 우회상장 수단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의 괴짜 경영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우주관광기업 버진갤러틱, 미국 스포츠 베팅업체 드래프트킹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던 미국 수소자동차업체 니콜라모터, 미국 온라인 주택중개업체 오픈도어 등이 모두 스팩을 통해 증시에 데뷔했다.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이 조달한 자금은 80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미 116개의 스팩이 350억달러를 조달해 새 기록을 쓸 전망이다.
◇'눈먼 투자'...스팩 리스크도
월가에 한창인 스팩 투자 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와 한 회견에서 스팩의 인수 대상 기업에 대한 투명성 규제 수위가 높긴 하지만, IPO 때만큼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팩이 인수 대상으로 삼은 기업들의 경우 스팩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할 위험도 크다. 스팩 투자자들이 눈 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최근 일부 스팩 관련주가 급등세를 뽐냈지만, 수익률이 IPO주보다 훨씬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르네상스캐피털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IPO를 한 스팩 313개 가운데 다른 기업을 인수해 상장에 성공한 93곳의 주가를 추적한 결과, 평균 수익률이 -9.6%에 불과했다. 중간 수익률은 -29.1%였다.
같은 기간 IPO를 한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37.2%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