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그룹 보고서 "미국 정치 분열 최대 위협"
미국 위기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이 올해 세계를 위협할 최대 리스크(위험)로 미국의 정치 분열을 꼽았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로 'G제로'(G-Zero) 구도가 강화되면 세계 정치와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G제로'는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G2나 G7, G20처럼 세계질서를 이끄는 주도세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가 2011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쓴 용어다.
다음은 유라시아그룹이 4일(현지시간)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2021년 톱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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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조 바이든은 지난해 대선에서 8000만명이 넘는 유권자와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306명의 지지로 승리했다. 이로써 바이든은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
문제는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 7400만표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는 점이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의 절반가량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의 새 주인을 불법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의 주요 공약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브레머 대표는 초강대국이 절반으로 쪼개지면 원상복귀가 불가능하다며, 이는 모두에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는 회복될지 몰라도 '지정학적 침체'(geopolitical recession)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라시아그룹이 미국 정치를 세계를 위협하는 '톱 리스크'로 꼽은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2. 장기 코로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해도 바이러스나 그 영향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하면 불평등 심화에 따른 경기회복의 양극화, 이른바 'K자형' 회복이 정치·사회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유라시아그룹은 우려했다.
아울러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쌓아올린 막대한 공공부채는 특히 신흥국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 네트제로+G제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 정부는 지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실현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자체적으로 비슷한 목표를 정하며 호응했다.
바이든 당선인도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정에 복귀하고 탄소중립선언에도 동참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G제로 구도 아래 배터리를 비롯한 청정 에너지 기술을 놓고 주요국의 배타적 경쟁이 심해지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라시아그룹은 특히 미국과 중국의 '청정 에너지 군비 경쟁'을 우려했다.
4. 미·중 갈등 전선확대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면 미중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은 낮아진다. 미중 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벗어나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집권 초기 바이든은 분열된 국론통합을 위해 국내정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022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정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의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고 유라시아그룹은 지적했다. 미중 갈등이 동맹국들로 퍼지고 코로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백신 경쟁전이 심화하며 친환경 기술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지난해 호주를 강하게 압박한 것처럼 다른 미국 동맹국들에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또, 미중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백신 외교경쟁을 벌이고 녹색기술 경쟁이 심화할 수도 있다. 결국 올해도 미중 긴장이 완화하는 데탕트는 없을 것이라고 유라시아그룹은 예상했다.
이외에도 세계 디지털 정보전쟁, 사이버 위협, 터키경제 불안, 저유가와 중동 경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라진 유럽 정치, 남미의 코로나불안 등을 올해를 위협하는 10대 변수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