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 국내 2위 배달앱 사업자인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했다. DH가 배민을 인수하면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까지 모두 합쳐 총 99.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는 게 공정위 지적이다.
◇ DH “6개월 안에 요기요 매각” 특명
DH는 28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아한형제들과의 합작법인 설립 관련해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내년 1분기에 (공정위로부터) 최종 서면 통보를 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요기요를 매각하겠다는 뜻이라고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설명했다.
DH 측은 당초 조건 없는 기업결합심사를 주장했지만 장기간 수수료 인상 금지 등과 같은 제약 조건보다 차라리 요기요 매각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배민의 국내 시장 장악력이 훨씬 높아 요기요 없이도 승산 있는 경쟁이 가능하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이로써 요기요는 2010년 론칭 10년 만에 DH품을 떠난다. 국내 요기요 운영사인 DHK는 요기요 뿐 아니라 배달앱 3위인 배달통도 운영 중이다.
관건은 요기요가 제 때 제값에 팔릴 수 있을지 여부다. 공정위는 DH에게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요기요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라는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6개월 연장이 가능하지만 빠르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을 완료해야한다.
◇ 쿠팡, 네이버, 카카오 거론… 몸값 뻥튀기 지적도
요기요의 추정 점유율은 20~30%대. 몸값은 약 2조원이다. 핵심은 DH가 요기요를 누구에게 넘길지다.
쿠팡이츠, 네이버, 카카오 정도가 거론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DH가 잠재적 경쟁자인 이들에게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배달앱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쿠팡은 요기요를 인수하면 단숨에 배달앱 2위로 올라선다.
네이버는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에 4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배달 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이지만 네이버는 이미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지분 5.03%를 소유한 주요주주다. 겸업 금지 조항에 걸려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몸값이 높은 만큼 인수합병 큰 손인 사모펀드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도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배달앱 자체가 소상공인 수수료라는 각종 외부 리스크를 안고 있어 쉽사리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마땅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DH입장도 곤란해진다. 6개월 이내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DH는 아시아 진출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딜이 지연될수록 요기요 가치는 갈수록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적당한 시기에 최대 몸값을 끌어올려 적임자를 찾아내야하는 최대 난제를 DH가 안게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6개월 안에 2조원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 몇이나 되겠냐”며 “코로나19확산으로 배달시장이 커지면서 요기요 자체가 매력적인 매물은 맞지만 몸값이 높게 책정됐다는 시각이 커 딜 가격을 낮추는 게 핵심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