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호재와 미국 선거 결과로 촉발된 전세계 금융시장의 과열이 신흥국 통화시장을 덮쳤다. 넘치는 미국 달러의 유동성 '쓰나미'에 이머징 통화들이 초강세를 보이자, 새로운 환율전쟁 '소문'이 돌고 있다.
◇이미징 통화 2년래 초강세
로이터통신은 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환율전쟁이 시작될까'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환율전쟁의 경고음이 들린다고 전했다.
10년 전 브라질의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서방의 중앙은행들이 돈을 찍어내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힐난한 바 있다. 그리고 서방 강대국들의 통화 약세를 유발하는 10년 전 상황이 재현되면서 포성없는 환율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BS의 마니크 나레인 이머징마켓 전략본부장은 "신흥국 통화강세가 계속되면 강한 반격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선거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잇따라 백신 호재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 일제히 올라탔다. 이로 인해 이머징 통화는 거의 2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며 초강세를 나타냈다.
한국, 대만, 태국은 이미 시장 개입이나 취약한 수출경제를 보호할 다른 조치를 취했다는 우려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주 스웨덴 중앙은행은 예상과 달리 양적완화를 확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스웨덴 크로네의 초강세를 막기 위해 양적완화로 크로네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다. 올해 크로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이머징 덮친 달러 쓰나미
경쟁적으로 통화를 평가 절하하는 환율전쟁은 더 깊은 경기 침체를 유발하고 보호 무역주의를 양산할 수 있다. 환율전쟁은 대개 경쟁적 금리 인하와 시장 개입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자본 통제 혹은 외국의 핫머니(단기자금)을 막는 투자세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이머징 주식과 채권 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400억달러, 370억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규모는 앞선 3개월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았다.
막대한 달러 자금이 유입되면서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터키 리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 러시아 루블, 폴란드 즐로티는 모두 5~10%씩 뛰었다. 지난 6월 이후 중국 위안, 대만 달러, 한국 원 역시 5~12%씩 급등했다. (환율급락)
◇"대만, 한국, 중국, 인도 핫스팟"
전세계 금리가 바닥을 기면서 이머징 외에는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만한 곳이 없는 이유도 있다. 게다가 전기차와 자동화 수요가 붐을 이루면서 아시아의 대형 반도체 메이커로 달러가 대거 유입됐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 비해 예측가능하다는 점에서 세계 무역이 3년 만에 처음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핌코의 프라몰 다완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 본부장은 "잠재적으로 환율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역은 아마도 최근 자본유입이 가장 많았던 곳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한국, 중국이 주요 분쟁국이 될 수 있고 인도 역시 가세할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약달러 속도 가파르지 않다
하지만 환율전쟁은 환율의 폭이 클 때보다 속도가 급격하게 가팔라질 때 발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브라질의 만테가 재무장관이 환율전쟁을 선포했던 2010년 9월 당시에는 앞선 3개월 사이에 달러가 10% 넘게 급락했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2011년 6월까지 달러는 17% 빠졌다.
현재 달러 약세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달러는 올해 4월 이후 8개월에 걸쳐 11%가 떨어져 10년 전 만큼 속도가 가파르지 않다. 하지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아직 달러가 10% 고평가됐다고 봤고, 씨티리서치는 내년 달러가 20% 추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이코미스트는 전면적 환율전쟁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이후 8% 오른 중국 위안화를 제외하면 올해 이미징 통화의 상승폭은 5% 수준이다. 가장 많이 오른 브라질 헤알과 터키 리라의 가치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25% 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