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걸린 알리바바 현수막[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15년 11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걸린 알리바바 현수막[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하원이 2일(현지시간) 당국의 회계감리를 받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증시에서 퇴출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대표기업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하원이 이날 민주·공화 양당의 전폭적인 지지로 승인한 법안은 지난 5월 역시 초당적인 찬성으로 상원 문턱을 넘었다. 최종 입법까지 남은 절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뿐이다.

법안은 당국의 회계감리를 받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게 한 게 골자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 통제권에 있는지 여부도 밝히도록 했다.

법안을 주도한 이 가운데 하나인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정책이 미국 기업들이 따르는 규칙을 중국이 업신여기게 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며 "오늘, 하원이 유독한 현상유지에 대한 상원의 반대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케네디 의원과 의기투합한 민주당의 밴 홀렌 상원의원도 성명에서 중국 기업들은 겉으로만 합법적이지, 다른 상장기업들처럼 똑같은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가로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안이 미국 증권거래소의 모든 기업들이 똑같은 규칙을 지키도록 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2001년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한 엔론사태를 계기로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출범해 기업들의 회계감사 보고서를 감리한다. 중국 기업에 대해서는 중국 감독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감리자료를 받아왔다. 

양국은 지난 10여년간 이 문제를 두고 단속적인 협상을 벌였지만, 중국이 엄격한 비밀보호법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중국은 올해 자국 기업이 당국 승인 없이 외국 감독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을 시행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 자국 기업의 전략적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시행되면 알리바바와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간판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미국 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150여개에 이른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1조2000억달러쯤 된다고 한다.

미국이 그동안 회계감리 방식을 문제삼으면서도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용인한 건 막대한 수익에 따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거대 중국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거래소는 물론 투자은행, 자산운용사 등 관계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월가 등에 업은 中 바이든에 기대감...바이든은 "대중관세 철회 안 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등도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상장 규제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등지고 홍콩이나 다른 나라 증시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중 무역갈등 속에 미국에서 중국을 지지해온 강력한 세력이 바로 월가의 금융회사들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경제팀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출신들이 합류할 예정이다. 

중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상황이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팡싱하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은 지난달 미국의 상장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는 고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충돌이 해소될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바이든이 당장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 신문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과 한 회견에서 "나는 당장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대중) 관세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매긴 보복관세를 즉시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바이든은 당초 미국과 중국이 지난 1월 무역전쟁을 일단락지은 1차 무역합의를 재검토하려 했지만,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들과 먼저 협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그는 "최선의 중국 전략은 우리의 동맹들이 한 페이지에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공조 노력을 무시하고 동맹국들까지 표적으로 삼았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재검토하겠지만, 대중 정책은 당장 손보지 않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바이든은 일찍부터 중국에 대해 무역, 인권 등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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