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샤넬 매장. 이 여성은 입사 초기 한 남성 간부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가슴을 밀착해 포옹하는 일도 있었다. 자신의 몸을 만져보라는 강요도 서슴지 않았다. 이 여성은 당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과 같은 피해를 본 직원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전국의 백화점 매장 영업을 총괄하는 40대 간부다.
#. 여직원들은 지난 9월 샤넬코리아 노동조합에 이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드러난 피해자만 10여명. 피해 기간도 10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런 결과를 토대로 사측에 징계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오히려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이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비밀 서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서약서를 받은 뒤에는 가해자 징계 여부 등 어떠한 진행 상황도 알 수 없었다.
고가 명품 브랜드로 유명한 샤넬. 샤넬코리아는 '간부 성추행’'의혹 논란에 대해 은폐 의도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와 노동조합 측은 해당 조사가 11월 진행된 이후 가해자에 대한 조치나 사후처리 방안 등 아무런 내용이 공유되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만 10여명...수년간 성추행
논란이 커지자 샤넬코리아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직장 내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관계 법령 및 사내 규정에 의거해 철저하게 조사 중이며, 그 과정에서 직원의 인권 보호를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넬코리아와 노조 관계자 등에 따르면 40대 간부 A씨는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신체부위를 만지고 포옹하는 등 수년간 성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조합 측이 지난 9월 피해자의 신고 접수를 받아 조사한 결과 약 10여명의 피해자를 확인했다.
샤넬코리아 측은 해당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노조 측에 조사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샤넬코리아는 "피해 신고 접수 직후 회사는 즉시 피신고인을 매장 관련 업무에서 배제해 신고인과의 추가 접촉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고, 외부 조사인을 지정해 조사에 착수했다"며 "비밀서약을 받아냈다는 노동조합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건 조사 과정은 관련된 모든 사람을 보호하고 외부 조사인이 철저하고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샤넬코리아 "은폐 없었다"...후속 조사 진행중
샤넬코리아에 따르면 외부 조사인은 신고를 대리 접수한 샤넬 노조위원장의 요청으로 해당 위원장이 배석한 가운데 신고인들과의 조사를 완료했으며 현재 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조사 기간 중에는 모든 관계자들이 조사와 관련된 정보에 대해 기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며 "이는 조사가 결론 나기 전 상황에서 신고인과 신고 대상자를 포함한 모든 직원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이는 모든 조사에 동일하게 적용됐다"고 말했다.
샤넬코리아는 신고인에 대한 모든 지원을 보장하며 공정하고 정확하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제보에 의해 내부 조사를 진행할 경우 제보자에게 조사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방침을 갖고 있는데, 이번 사건 역시 제보 대리인인 노조에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해자 대리인인 노조 측은 사내 규정만으로 해당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적 답보 상태에 놓인다면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피해자들과 자체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하고 여성단체 등의 협조를 구해 고소장 접수 등 사법 절차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