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 "韓 고가 부품 존재감...경쟁 밀린 日과 격차 벌려"
애플의 최신 아이폰에서 한국 업체들의 부품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한국이 고액 부품을 중심으로 아이폰에서 존재감을 높이며 일본과 격차를 벌렸다고 보도했다.
일본 조사회사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스는 애플이 지난달 선보인 '아이폰12'를 분해해 분석하고, 이 제품의 원가를 373달러(약 41만7000원)로 추정했다.
한국산 부품은 이 중 27.3%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가을 나온 아이폰11보다 9.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아이폰 부품에서 한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이폰12의 일본 부품 비중은 13.2%에 그쳤다. 아이폰11보다 오히려 0.6%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부품 비중은 25.6%로 한국산 다음으로 높았지만, 아이폰11보다는 0.2%포인트 하락했다.
미국과 무역·기술전쟁을 벌여온 중국 기업들의 부품 비중은 5%에 못 미쳤다.
최신 아이폰에서 한국산 부품의 존재감이 부쩍 높아진 건 디스플레이의 주역이 변한 데 따른 것이다.
아이폰12 시리즈의 디스플레이는 일부 모델에 액정표시장치(LCD)를 쓴 전작과 달리 전 기종에 유기EL(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채택했다. 덕분에 유기EL 패널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의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그 사이 일본 업체들은 뒤로 밀렸다. 애플의 주요 디스플레이 공급선 가운데 하나였던 재팬디스플레이(JDI)는 액정밖에 공급하지 못해 아이폰12에서는 아예 배제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유기EL 패널은 한때 소니와 파이오니아 등 일본 업체들이 개발을 주도했지만, 이젠 한국의 독무대가 됐다고 꼬집었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의 투자 경쟁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스는 아이폰12에 탑재된 유기EL 패널의 가격이 약 70달러로 전체 부품 원가의 20%쯤 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부품 가운데 가격이 가장 높은 패널에서 한국 기업이 우위를 확보해 전체 부품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이폰12의 주요 부품 가운데 한국은 플래시메모리(삼성), D램(SK하이닉스)도 공급했다. 가격이 각각 10달러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것들이다.
일본 부품으로는 소니의 CMOS 이미지센서, 무라타 제작소의 적층 세라믹 콘덴서(사용 전압을 안정시키는 역할) 등이 높은 점유율을 자랑했다. 다만 추정 원가는 CMOS 이미지센서가 7.4~7.9달러, 아이폰 1대당 수백개가 쓰이는 콘덴서는 몇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퀄컴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반도체를 공급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약 12억대로 지난해보다 12% 감소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시장의 성장둔화 조짐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전부터 있었다. 애플이 중장기적으로 아이폰 생산을 늘리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품업계에서는 애플의 가격인하 압력으로 이익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