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흡연자 보험급여 배상 청구' 소송 1심 패소
"흡연 인과관계 없다는 판단"vs"판결 불복 항소 예정"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패소 판결을 내리자 담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20일 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의 결함과 불법행위로 인해 3464명의 흡연자에게 폐암 중 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이 발병했고, 이들과 관련해 보험급여 비용(공단부담금) 명목으로 총 533억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해 비용을 회수할 여지가 있을 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해 재산의 감소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설립 당시부터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하는 사항으로서 원고가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단은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3464명의 흡연자 또한 담배회사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Δ설계상 결함, 표시상 결함, 기타 불법행위가 인정되는지 Δ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를 제시하면서 모두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설계상 결함'에 대해서는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있다거나 이를 줄일 방법이 있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표시상 결함'에 대해서도 "담배회사들이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 담배회사들이 제조·판매한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흡연과 폐암 등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폐암은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의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병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발병시기, 흡연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에 대한 증거조사 과정에서 흡연 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
하지만 공단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흡연 환자들이 20갑년 이상(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의 흡연력을 가지고 있고 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G는 "재판부의 신중하고 사려깊은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KT&G측은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 개별 흡연자들의 폐암, 후두암 발병과 흡연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라며 "국가 기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국내 최초 소송에서 KT&G의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번 판결에 대해 "담배 소송 건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과거 판결은 물론 비슷한 주장을 기각해온 전 세계 법원의 기조를 따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무익한 소송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인 비연소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내 성인 흡연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AT코리아는 "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환경과 지역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