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했다고 유니클로가 질샌더 되나요? 그냥 유니클로일 뿐이지.”
“저렴한 가격에 유니클로로 나온 옷에 한방울의 질샌더 느낌...그거라도 느끼고 싶은 소비자 마음 아닐까요?”
일본상품 불매운동 표적이 됐던 유니클로가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매장 앞에는 100m가 넘는 긴 줄이 늘어섰고 온라인에서는 연일 품절사태가 빚어졌다. 유니클로와 독일의 디자이너 브랜드 질 샌더와의 협업 상품 때문이다.
◇유니클로에 늘어선 100m 줄, 5분만에 품절
유니클로는 13일 ‘+J(플러스 제이)’ 컬렉션을 한국에 출시했다. 플러스제이는 지난 2009년 질 샌더가 유니클로와 합작한 브랜드다. 출시 11년 만에 다시 한국에 상륙했다. 해당 컬렉션은 가격대에 비해 제품과 디자인, 재질이 좋다는 입소문으로 출시 때마다 인기를 끌어왔다.
이번 컬렉션은 하이브리드 다운, 워크 재킷, 밀리터리 블루종, 캐시미어 코트 등 다양한 아우터 뿐 아니라 울 소재 재킷과 셔츠, 니트 등 32개의 여성용과 26개의 남성용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액세서리는 5 종류다. 가격대는 셔츠 4만원 후반대, 코트 14만원 후반~20만원 후반대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 서울 명동중앙점, 롯데월드몰점, 신사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대구 신세계졈, 부산 삼정타워점 등 6곳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에서는 오픈 전부터 1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대기줄을 이뤘고, 롯데월드몰점과 신사점 등 주요 유니클로 매장에도 인파가 몰렸다.
한정판 상품으로 1인 구매수량을 품목별 1개, 총 10개로 제한했지만 주요 제품은 오픈되자마자 순식간에 품절대열에 합류했다.
온라인몰도 마찬가지로 구매가 제한됐지만 매장 오픈 전 선판매를 개시하자마자 대표 상품은 주문 개시와 동시에 인기 사이즈가 즉시 품절되고 코트와 다른 다운제품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 사이즈가 모두 바닥났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웃돈’ 붙어 수백개 올라와
품절된 제품들은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중고 거래 사이트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유니클로 질샌더 오버사이즈 파카 블랙 팝니다”, “질샌더 유니클로 블루종 와인 팔아요”, “유니클로 질샌더 하이브리드 파카 인기사이즈 판매합니다” 등의 거래글이 수백개 게재됐다. 한정판 컬렉션임을 감안해 대부분 정상가보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모처럼 유니클로가 북적이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해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유니클로 국내 매출이 급감하고 일부 매장이 철수하는 등 불황을 겪어온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어서다.
한 네티즌은 “유니클로가 질샌더와 만났다고해서 질샌더가 되겠냐”며 우회적으로 사태를 비판했고 다른 네티즌들도 “이러니 일본이 무시하는거다. 꼭 이래야하냐”, “냄비근성이다”, “옷 브랜드가 진짜 많은데 저렇게 몰리다니. 어이 상실이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유니클로 만큼 가성비 좋은 브랜드가 없다. 서민용으로 딱이다”, “오히려 다른 브랜드들이 반성을 해야한다. 왜 이 상황에서도 유니클로로 가는지”, “그만큼 싸고 질좋은 옷을 다른 브랜드에서 만들어봐라”, “불매운동은 개인의 자유 아니냐. 강요할 순 없다” 등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업계에선 결국 ‘유니클로 마케팅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도 약 10배 저렴한 옷에 질샌더 옷을 표현하기엔 원단 퀄리티도 부족할 것이고 실제 질샌더 브랜드와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저렴한 가격에 유니클로에 나온 질샌더 느낌 한 방울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 마음 아니겠나. 한정판 개념이라 더욱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