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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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시장에서 오랜만에 금리 상승세가 돋보인다. 기준물인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1%를 곧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돌 정도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모기지 금리 등 미국 시중금리와 국제 차입금리의 기준이 된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2013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긴축발작'(taper tantrum)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이번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정치권의 추가 재정부양 기대감에 따른 것이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부양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는 이유에서다.

◇재정부양 기대에 10년만기 美국채 금리 0.8% 돌파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한동안 매우 좁은 구간에서 움직였다. 0.6%선에서 가끔 7%선을 넘볼 정도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10월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0.232%포인트에 불과했다. 2개월치 변동폭으로는 2018년 이후 가장 좁은 것으로, 지난 20년 가운데도 손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10월 들어 0.7%선에서 자리를 잡고 올라서기 시작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마침내 0.8%선에 도달했다. 장중에는 한때 0.834%까지 올라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추가 재정부양 기대가 금리 상승의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가 곧 재정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경기악화 우려로 미국 국채에 쏠렸던 '안전자산' 수요를 덜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수요가 줄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 금리는 오른다.

짐 카슨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글로벌 거시전략 부문 책임자는 CNBC에 "재정부양이 임박했다는 면에서 국채 금리 상승은 변곡점"이라며 "재정부양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추가 재정부양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재정부양에서 중요한 건 규모와 절차라고 지적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심리적 저항선 1%도 넘어서나...월가선 "그 정도 아냐"

재정부양이 '시간문제'라는 인식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곧 심리적 저항선인 1%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슨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향후 몇 분기에 걸쳐 1%, 1.25%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재정부양을 확대하려면 미국 재무부가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카슨은 추가 재정부양 시기와 미국 대선·의회선거 결과가 국채 금리 상승폭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 월가에서 아직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주 옵션시장 거래를 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올해 남은 기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월가에서도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적어도 내년까지 1%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프라넬로 아메리벳 증권 미국 금리 책임자는 CNBC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 6월 고점(0.91%)을 회복한 뒤에나 1%, 1.25%로 목표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6월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봉쇄(록다운)됐던 경제가 재개되기 시작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반등했다.

◇통화부양 팔 걷은 美연준..."'긴축발작' 충격 없을 것"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긴축발작'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긴축발작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tapering) 가능성 시사하면서 불거졌다. 연준이 양대 금융위기 대응책 가운데 하나인 양적완화(나머지 하나는 제로금리)를 곧 끝낼 수 있다는 우려는 사상 최저 수준이던 미국 국채 금리의 급반등을 초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긴축발작은 특히 저렴한 달러 자금의 홍수로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던 신흥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테이퍼링이 양적완화 중단은 물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이번에는 긴축발작 같은 충격파를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연준의 통화부양 의지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팬데믹 사태에 지난 3월 제로금리 기조로 회귀하며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최근에도 거듭 통화부양 장기화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Fed) 본부[사진=로이터·연합뉴스]

◇美국채 금리 급변동 막는 '스텔스 수익률곡선제어'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스텔스 수익률곡선제어(YCC·Yield Curve Control)'를 통해 국채 금리의 급변동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YCC는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 직접 개입해 채권수익률(금리)을 통제하는 정책이다. 일본은행(BOJ)이 2016년 단기 국채 금리를 -0.1%, 장기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하는 장단기 금리조작정책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국채 금리를 목표 수준에 묶어 두려는 것인데, 사실상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의미한다.

인도와 호주 중앙은행도 팬데믹 사태를 맞아 YCC정책을 도입했다. 연준은 공식적으로 이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 정책을 알게 모르게 쓰고 있다고 본다. 

에스티 드웨크 나티시스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 글로벌 시장 전략 부문 책임자는 "미국 국채 금리가 거의 YCC 정책이 있는 듯 움직인다"며 "(국채시장에는) 연준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들이 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스텔스 YCC'에 대해 경기악화 우려가 미국 국채 수요를 자극해 금리가 떨어질 것 같으면 연준이 행동에 나서 금리 상승을 유도할 수 있고, '마이너스금리'에 대한 저항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없는 바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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