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직에 오른다. 20년 만의 현대차그룹 총수 교체다. 회사로서는 새 시대의 시작이다. 그러나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란 큰 숙제를 끝내야 한다. 지난 2018년 3월 1차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경영 환경도 만만찮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도 여전하다. 중국 시장에서 계속 고전하고 있고, 최근 코나EV 화재 사태도 불거졌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로 묶여 있다. 특히, 구조가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복잡하게 꼬여있는 상황이다. 아직 현대차 지분을 충분히 확보 못한 정 회장에게는 그룹 지배권 강화와 완전한 승계를 위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해야 한다.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현대차 2.62%,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오토에버 9.57% 등이다.

다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만 놓고 보면 과거보다 상황이 좋다. 우선 기업 측면에서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가 진행됐다. 영업, 투자, 실적, 리더십 등 여러 영역이 개선됐다. 산업적으로는 글로벌 미래차 열풍이 거세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 지분율이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환경은 과거 대비 우호적"이라며 "주주와의 소통 강화, 이익 증가, 미래차 경쟁력 강화, 주가 상승, 주주구성 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기존 안을 보완하는 '모비스-글로비스' 중심 개편이다. 현대모비스 A/S 부문을 나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현대차-모비스' 중심 개편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각각 존속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합병하는 방안이다. 둘째 방안이 진행되면 '현대차 존속 + 모비스 존속', '현대차 사업 + 모비스 사업' 두 회사가 생기게 된다. 한국투자는 "첫째와 둘째 개편 방안 모두 현대차그룹의 사업 경쟁력과 대주주 지배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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