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하면 상속세 40% 면제 한도 낮춰질 듯
무디스 "연소득 40만달러 세금인상으로 10년간 4.1조달러"
초저금리+低밸류에이션 상황 봐도 지금이 증여 적기
부자들은 선망과 시기의 대상이다. 부자를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금수저'들은 부자들에 대한 시선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목할 건 세계적인 갑부들 가운데 다수가 자수성가형이고, 이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부자 지형과 부자들의 이야기를 [부자의 속살]에서 만나보시라. <편집자주>
미국 부자들이 오는 11월 3일 치르는 대선과 의회선거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고 있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자증세'를 벼르고 있어서다.
상속 전문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고객 유치에 분주하다. 이들은 미국 부자들을 상대로 바이든의 승리에 대비해 재산을 당장 증여해야 수백만달러의 세금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바이든 후보는 초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면제한 증여세율 40%를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퍼리치들이 지금 당장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면 트럼프의 증여세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다.
2017년 세제개편으로 세금이 면제된 상속재산 규모는 2배로 늘었다. 현행 증여세 면제 규정에 따르면 개인은 평생 최대 1158만달러(약 133억원, 연간 1만5000달러), 부부는 2316만달러까지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증여해도 40%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BNY멜론자산관리의 제레 도일 상속플랜 전략가는 증여세 면제혜택에 대해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며 "많은 이들에게 지금은 상속계획의 황금기이고 어쩌면 지금 같은 황금기를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조언했다.
수퍼 리치들이 명확한 선거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고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탁을 설정하고 미술품 같은 고가 재산과 사업을 평가하고 어떤 자산을 팔지를 결정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블루 웨이브
다음달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정권이 교체되면 자산관리사와 변호사들은 상당히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펌 위더즈의 에드워드 렌 파트너는 "(민주당이 승리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이 되면 변호사와 약속 잡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상속) 관련 문의가 쇄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아직 세금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다만 헬스케어, 인프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추가 재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특정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을 다양한 방식으로 더 늘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세금을 올리면 10년 동안 4조1000억달러를 더 걷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상속세 적용기준을 2009년 수준(개인 350만달러)으로 대폭 낮추면 267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속 비과세 한도 기준은 2026년 만료되지만 그 시한이 절반으로 줄어 당장 내년 끝날 수도 있다.
◇비세금적 측면
세금회피라는 측면에서 억만장자들은 당장 자녀들에게 재산을 넘기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수퍼리치들은 재산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는 동시에 불편한 현실에 직면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마이클 시몬스 트랜지션자산관리 금융계획 본부장은 "유산 계획을 원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며 "부자들은 자신들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이 승리해도 미국의 수퍼리치들은 재산관리 전략을 재정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의회가 세금인상을 당장 2021년부터 소급적용할 수 있지만, 세제개편은 2022년 이후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부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후대에 재산을 넘겨주는 게 낫다는 건 꼭 증세 위험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초저금리 환경을 다시 불러온 만큼, 부자들은 자산을 역대급으로 저렴한 비용의 대출을 통해 자녀나 손주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 이 경우 세금은 문제가 되지 않고, 대출 이자만 부담하면 된다.
또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기업 가치가 떨어진 만큼 증여세 면제 혜택 없이도 사업체를 물려주기 더 쉬워졌다.
◇"증여 황금기"
마셜 로우 콜로니그룹 오너서비스 대표는 "지금이 세대간 재산이동의 적기"라며 "낮은 밸류에이션과 향후 세금인상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상속계획 활동이 폭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몬스 본부장은 상속계획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상속 변호사들은 일부러 복잡하게 계획을 짜야 하는 내재적 동력이 있기 마련"이라며 상속 계획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더즈의 렌 파트너는 부자들이 재산을 물려주기 쉬운 단순한 선택지로 현재 받을 수 있는 세금 면제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상속자나 자녀들에게 대출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과 민주당이 다음달 선거에서 승리해 증여세 면제 혜택이 사라지면, 이 채무를 면제해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렌 파트너는 "딱히 다른 것을 할 만한 시간이 없을 지도 모른다"며 "구명정(lifeboat)이 있어 대책을 세울 만한 곳을 마련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