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AP·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AP·연합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클라우드 데이터 플래폼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월가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투자가 버핏이 고수해온 투자원칙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버핏의 후계구도와 맞물린 버크셔의 투자전략 변화를 시사하는 움직임으로 풀이한다.

◇버크셔, 스노우플레이크에 7000억원 투자

스노우플레이크는 지난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기업공개(IPO) 안내서에서 버크셔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몇 주 안에 IPO를 실시할 계획인데, 버크셔는 IPO 가격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어치를, 유통시장에서 추가로 약 400만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스노우플레이크가 예상하는 공모가는 주당 75~85달러다. 중간치인 80달러에서 공모가가 결정되면, 2억5000만달러로 약 310만주를 살 수 있다. 400만주를 추가로 매입하는 데는 3억300만~3억4400만달러가 들 전망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크셔가 약 700만~740만주를 5억5000만~5억9000만달러에 사들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주 투자 꺼린다더니

주목할 건 이번 투자가 버핏의 오랜 투자관행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우선 버핏은 기술주 투자를 꺼려왔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버핏은 그동안 유틸리티, 제조, 소매, 금융, 보험 등 안정적인 업종에 주로 투자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크래프트하인즈 등 버크셔가 투자한 간판 기업들에 그의 투자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버핏은 애플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며 기술주 투자를 꺼려온 고집에 예외를 허용했지만, 그가 애플에 처음 투자한 건 몇 년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아마존·구글에도 등 돌리더니

이번 투자가 이례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버핏이 IPO 종목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다. 버핏과 그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은 IPO 종목에 투자하지 않았을 뿐더러, 투자자들에게도 IPO 바람에 휘둘리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멍거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IPO 투자를 안 하기로 정평이 난 탓에 투자를 받으려는 전화조차 오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한 회견에서 "지난 54년간 버크셔가 (IPO) 신주를 산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브라질 디지털결제업체 스톤코(StoneCo)가 2018년 IPO를 실시할 때 투자한 게 유일한 예외라고 지적했다.

버핏은 자신이 IPO 투자를 꺼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어진 날에 세상 모든 이들이 밀어붙이는 데 돈을 쓰는 게 어떻게 최선일 수 있겠냐. 그건 말이 안 된다"고. 

2004년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IPO가 기업을 위한 것이지, 투자자를 위한 건 아니라고 했다. IPO 일정은 대부분 기업이 정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버핏은 지난해 또 다른 인터뷰에서 IPO 투자와 관련해 과도한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을 우려하기도 했다. 스노우플레이크만 해도 공모가가 기대치 상단에서 결정되면 시가총액이 237억달러에 이르게 되지만, 지난 회계연도에 3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버핏은 아마존과 구글 등이 시장에 데뷔할 때 투자하지 않아 대박 기회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축해왔다. 그는 "멍청한 베팅으로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평생전략으로 삼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후계구도, 투자전략 변화 촉각

전문가들은 버핏이 최근 잇따라 투자원칙을 거스르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 그의 후계구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노우플레이크의 IPO 문건에 토드 콤스가 서명을 했다며, 이번 거래를 그가 주도했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콤스는 같은 버크셔의 투자매니저인 테드 웨슐러와 함께 버핏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콤스가 이번 거래를 이끈 건 버핏이 그의 판단을 신뢰한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후계구도가 구체화하면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일기 마련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크셔의 최근 움직임에서 버크셔가 투자전략을 개조하며 새로운 투자모델을 궁리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버크셔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은 비중(44%)을 차지하게 된 것이나, 버크셔가 지난 2분기에 미국 은행인 JP모건과 웰스파고 지분을 축소하고 처음으로 금광주(배릭골드)에 투자한 게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버크셔는 지난주에 추가로 웰스파고 지분을 17년에 최소 규모로 줄였다. 지난달 말에는 1년 새 미쓰비시상사·이토추상사·마루베니·미쓰이물산·스미토모상사 등 일본의 5대 종합 상사 주식을 각각 최소 5%씩 매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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