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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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가 글로벌 증시 투자전략의 재고를 재촉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글로벌 증시에서 환율은 큰 고려대상이 아니었지만, 달러값 하락세가 두드러지자 미국 월가에서는 투자전략을 두고 다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제프리스파이낸셜그룹에 따르면 비非)미국 기업 매출에서 달러에 직접 노출된 비중이 40%가 넘는다. 달러 환율이 주가 향방을 좌우하는 기업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3.46%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한 지난 3월 기록한 고점에서는 10% 가까이 추락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달러 약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말 달러 약세가 이어져 궁극적으로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지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호주 K2 자산운용의 조지 보부러스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시장에서 역사상 가장 급격한 투매와 랠리가 교차하는 건 외환시장과 관련한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 투자, 헤지(위험회피) 전략을 짤 때 달러 약세로 기대되는 환위험과 환수익을 더 많이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달러인덱스 추이[자료=블룸버그]
달러인덱스 추이[자료=블룸버그]

◇신흥시장 주식·원자재 '弱달러' 수혜 기대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그레이트힐캐피털의 토머스 헤이스 회장은 달러 약세의 수혜가 기대되는 투자처로 신흥시장 주식과 상품(원자재)을 꼽았다.

그는 달러 약세로 자금조달 부담을 덜게 되면 투자자들의 위험감수 성향도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흥시장 기업들도 달러빚 상환 부담을 더는 만큼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투자노트에서 신흥국 주식은 그동안 일관되게 달러값과 반비례해왔다며, 특히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남미지역 증시에서 이 관계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흥국 증시가 최근 역사적인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보다 뒤처져 있는 만큼, 달러값이 10% 더 떨어지면 미국 증시를 압도할 공산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아시아에서 중국과 홍콩 기업들이 달러값 추락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스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달러 약세는 대미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달러 약세기는 보통 글로벌 증시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신흥시장, 아시아지역이 랠리를 주도한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은 글로벌 증시 차원에서 달러 약세의 최대 수혜주로 에너지, 소재, 자본재 등 경기민감주를 꼽았다.

JP모건체이스는 달러 약세를 미국 주식 선호 이유로 삼았다. 달러 약세가 외국인을 상대로 주식을 비롯한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日·유럽 증시는 '패자'...총수익서 환수익 비중 커질 듯

일본·유럽 증시는 달러 약세의 대표적인 패자로 지목됐다. 씨티그룹은 일본·유럽 증시의 경우, 달러 환율과의 상관관계가 신흥시장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증시에서는 달러 약세에 따른 엔화의 평가절상이 큰 문제가 돼왔다는 것이다. 제조업 중심의 대형 수출기업들이 주도하는 일본 증시에서 수출에 부담을 주는 엔화 강세, 이른바 '엔고'는 최대 악재 가운데 하나다.

닉슨 마크 인베스코 투자전략가는 "전통적으로 환율 효과가 절대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3~5% 수준으로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촉발한 시장 혼란과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따른 투자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환수익이 총수익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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