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회장[사진=야후파이낸스 인터뷰 영상 캡처]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회장[사진=야후파이낸스 인터뷰 영상 캡처]

문을 다시 여느냐, 코로나19 확산을 막느냐. 세계 경제가 처한 딜레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취했던 봉쇄(록다운) 조치를 완화하면서 감염자가 다시 폭증하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은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 재개가 절실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 어느 한쪽으로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회장은 경제 재개방과 코로나19 사태 악화 사이에서 거래를 하는 게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라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루빈스타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한밤중에 지나가는 배 두 척에 비유했다. 경제를 다시 열고 싶어 하는 욕구와 재개방에 따른 결과가 교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개방의 결과는 물론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의 급증이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하루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16일 처음 7만5000명을 넘은 데 이어 이튿날에는 7만7638명까지 늘었다.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20일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4만474명에 이른다. 전 세계 사망자 60만4725명 가운데 4분의 1 가까이가 미국에서 발생한 셈이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공립학교 재개방을 촉구했다. 그 사이 일부 주정부는 반대로 움직였다. 캘리포니아주는 술집과 식당, 체육관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의 문을 다시 걸어잠갔고, 캔자스주는 초중등학교 재개방 계획을 미뤘다.

루빈스타인은 미국인들이 결국 피할 수 없는 경제 재개방에 따라 높은 수준의 질병과 죽음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면서 하루 1000명의 사망자쯤은 용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11테러 사망자가 약 3000명, 베트남전쟁 미군 전사자는 약 5만8000명,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는 각각 5000명, 3000명가량이 전사했다며, 코로나19 사망자는 충격적인 숫자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에 익숙해지는 건 끔찍한 일이라는 얘기다.

루빈스타인은 이 끔찍한 현실을 '죽음의 평범성'(banality of death)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독일 출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1963년에 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쓴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본딴 말이다. 루빈스타인은 나치의 악행을 보통으로 용인하고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게 바로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라고 설명했다.

루빈스타인은 "우리가 어느 수준까지는 용인할 수 있는 정말 많은 죽음을 목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죽음의 평범성을 곧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빈스타인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고문 출신으로 1987년 칼라일그룹을 공동 설립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사모펀드(PEF) 운영사로 성장한 칼라일그룹은 현재 200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루빈스타인의 순자산을 약 34억달러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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