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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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금 없는(cashless·캐시리스) 사회가 성큼 다가왔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상점을 직접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거스름돈을 주고 받아야 하는 현금 대신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나 디지털 결제를 이용하고 있다. 카드사, 디지털 결제 플랫폼 등 관련업계는 '캐시리스 혁명'을 앞당길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안 닿는 게 상책"...캐시리스 사회 앞당겨

코로나19로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비대면·비접촉 문화는 이미 진행중이던 캐시리스 사회로의 변화에 터보엔진을 달아주었다.

봉쇄령으로 발이 묶인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몰려갔다. 4월 한달 동안 미국에서는 4000만명이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입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봉쇄령이 떨어진 3월 초 전자상거래 주문이 80% 급증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최대한 접촉을 줄이는 결제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현금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된다는 의학적 증거는 아직 없지만, 접촉을 통한 전염에 대한 공포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는 현금까지 가닿았다. 디지털 습관이 배지 않은 고령자나 도시 이외 변두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자들은 현금 대시 카드와 모바일 앱을 내밀고, 상점들은 키오스크 같은 무인단말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을 비롯해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 나온 현금을 파쇄하거나 소독하기도 했다.

유엔이나 각국 정부도 공중보건을 이유로 현금 대신 다른 결제 수단을 권장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재무 담당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최근 트위터로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동전을 카드로 바꿀 때다"라고 말했다.

결제 전문 컨설팅회사 RBR의 모르텐 요르겐센 이사는 NYT에 "우리는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사회적 상호작용의 표준과 운영 모델을 재고해야 하는 놀라운 세계적인 실험을 겪고 있다"면서 "접촉이 줄어드는 세계가 도래했다. 사람들의 습관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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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 환호...디지털화폐 개발 속도전

캐시리스 사회로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련업계는 황금기를 맞았다. 카드사, 은행,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업체, 보안업체, 디지털 결제 솔루션 제공업체 등이 포함된다.

카드회사 비자는 봉쇄령이 풀리면서 모바일 지갑, 각종 페이 등 비접촉식 거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요르겐센 이사는 "카드사들이 수수료 수익을 밝히지 않지만 상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세계 전자결제 시장을 주도하는 간편 결제업체 페이팔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대표적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올해에만 주가가 65% 뛰었다. CNN은 올해 2분기에 페이팔 액티브 유저가 1500만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가 이끄는 모바일 결제 스타트업 스퀘어 역시 올해 주가가 두 배 넘게 치솟으며 몸값이 대형 은행급 반열에 올라섰다.

모바일 결제 솔루션 제공업체인 영국 태핏의 제이슨 토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캐시리스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던 파트너 업체들도 이제는 기술 덕에 결제가 더 빨라지고 결국 지출 증가로 이어질 것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두 달 동안 2000만 파운드(약 303억원)어치 새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부 5~10년 장기 계약"이라면서 "더는 현금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디지털화폐 개발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며 스웨덴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인 ‘e-크로나’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은행도 올해 디지털화폐의 설계와 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년에 초기 실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부 경제에서 현금은 유틸리티로서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 부분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흥미롭게 바라보는 지점"이라고 미국 컨설팅회사 에센튜어의 존 벨리사리오스는 말했다.

다만 캐시리스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 속에 일부 취약계층이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 지급수단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자나 저소득층, 이민들이 그 예다.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과 배려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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