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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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의 견제에 맞서 반도체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올 들어 조달한 자금이 지난해 전체의 2.2배에 이를 정도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신문이 중국 민간자료와 기업공개(IPO),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분석한 결과,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올 들어 전날까지 약 1440억위안(약 24조5000억원)을 조달(미납입건 포함)했다. 약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약 640조위안)의 2.25배에 이르는 자금을 끌어모은 셈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금조달 공세를 벌이는 건 미국발 '반도체전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짚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에 나서며 ZTE, 화웨이 같은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들에 대한 금수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반도체 설비 일부도 들여올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스마트폰, 5G 통신장비 등에서 세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반도체 자급률은 10% 중반대에 불과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선을 막으면 첨단기술 장비 생산에도 제동이 걸린다.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잇따라 반도체 국산화를 목적으로 한 펀드를 설립해 자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한 이유다. 

중국 정부가 2014년 만든 반도체 국부펀드 '국가집성전로산업투자기금'이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지난해까지 1400억위안의 투자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에는 제2호 펀드가 출범해 올해부터 투자를 본격화했다고 한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 정부들도 비슷한 펀드를 만들어 반도체 국산화를 지원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SMIC가 대표적인 수혜기업이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1조엔(약 11조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거래소에 개설된 '중국판 나스닥'인 과학혁신판(커촹반)도 중국 반도체업계의 핵심 자금조달처가 됐다. SMIC는 지난 5일 상하이거래소 공시를 통해 커촹반 2차 상장을 통해 최대 530억위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상했던 액수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 정부는 SMIC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의 대항마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5%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장 전망은 회의적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2024년에도 20%를 조금 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갈등이 큰 장애물로 꼽힌다.  

중국의 반도체 양산·제조장비 분야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성공하려면 자금뿐 아니라 기술 면에서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SMIC와 TSMC의 기술 격차가 2세대 이상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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