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6일 6% 가깝게 급등하며 주식 시황판을 붉게 물들였다. ①중국 관영언론의 '증시 띄우기' 노력 ②중국 반도체기업 상장 효과 ④자본시장 개혁 ④경기회복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5.71% 폭등하며 단숨에 3100선에서 3300선으로 뛰어올랐다. 지수는 3332.88로 마감, 2018년 2월 이래 약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중국 증시가 폭등장세를 이어가던 2015년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중국 본토 우량주로 구성된 상하이·선전300지수(CSI300)는 5.67% 급등했다.
이날 증시 상승장을 주도한 건 금융주다. 하루 평균 상승폭만 9.4%에 달했다. 특히 중신증권, 국금증권 등 증권주 대다수가 일제히 일일 상한선인 10%까지 급등했다. 전날 중국 중금공사가 중국 증권주가 자본시장 개혁 등에 힘입어 향후 5~10년 내 시가총액이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뛸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게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반도체주도 급등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 중신궈지(中芯國際·SMIC)가 최대 9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소식이 상승장에 불을 지폈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다. 최근 미·중 '반도체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기업이다.
SMIC는 전날 상하이거래소 공시를 통해 중국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2차 상장을 통해 최대 530억위안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계획했던 규모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SMIC 가치를 시장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관영언론도 증시 띄우기에 힘을 보탰다. 중국증권보는 이날 1면에 "중국 A주(본토주식)의 '건강한 불마켓(健康牛)'을 육성하는 건 새 기회와 새 국면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제하의 사평을 게재해 '불마켓'(강세장) 전망에 힘을 실었다. 중국 관영언론은 그동안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가이드 역할을 해온 만큼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증권보는 사평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자본시장의 '건강한 불마켓'을 육성하는 것은 위기 속에 새로운 기회를 육성하고, 변화 속에 새 국면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펀더멘털, 자본시장 개혁, 거래량 급증을 비롯한 호재 속에서 중국 증시는 '건강한 불마켓'의 기초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산업체인이 재편되고, 대국간 힘겨루기가 거세진 가운데 금융안보는 국가안보의 일부분으로, 성숙한 금융시장의 중요성이 커졌다고도 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중국 경기에 대한 회복 기대감도 커졌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 민간 경제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 뚜렷한 회복세가 감지됐다. 중국증권보는 "중국 증시에서 새로운 불마켓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2분기 중국 경제의 성장 전망과 당국의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실 최근 중국 증시 곳곳에서 불마켓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CSI300지수는 올 들어서만 12% 올랐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5년 만에 최대치다. 전 세계 주요 벤치마크 지수 중 최대 상승폭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거래대금도 급증세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거래대금이 1조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만 온라인에서 '불마켓' 단어가 포함된 댓글, 리트윗(전달) 수가 지난 90일 평균치의 10배 이상에 달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 증시가 5년 전처럼 과열 양상을 보이다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상하이 줘주투자운용의 왕줘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중국은 2015년 사태가 재현되는 것에 매우 조심스럽다"며 "상승장으로 인한 이득보다 거품 붕괴 이후 나타날 투자심리 위축이 더 크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