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지난 9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기준으로 약 3900만명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발 '대침체'(Great Recession) 때의 3700만명을 이미 넘어섰다. 대침체 1년 반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9주의 충격이 훨씬 더 컸던 셈이다.

팬데믹 쇼크가 실물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증시는 오히려 랠리를 펼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대폭락 충격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3월 저점에서 30% 이상 반등했고, 나스닥지수는 이달 초에 이미 올해 낙폭을 모두 되찾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투자전략가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증시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된 이유를 짚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그 앞에 선 '겁없는 소녀상'[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그 앞에 선 '겁없는 소녀상'[사진=연합뉴스]

◇중앙은행이 만든 '가짜시장'(fake markets)

하트넷은 우선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통화완화로 만든 '가짜시장'을 문제 삼았다. 그는 "국채와 회사채 가격을 결정하는 게 중앙은행"이라며 "주가가 합리적으로 결정된다고 기대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중앙은행들이 국채 등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로 채권시장을 움직이고 있는데, 증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하트넷은 중앙은행들이 지난 8주간 자산매입에 쓴 돈이 4조달러에 이른다며, 그 사이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이 15조달러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하트넷은 중앙은행들의 자산매입 속도 역시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이제까지 시간당 24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했는데, 향후 몇 주간 이 속도가 하루 6억800만달러 수준으로 줄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매입 속도가 줄면 랠리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

◇'약세장 랠리'...더 오를 여지 크다

하트넷은 글로벌 증시의 최근 랠리를 그동안 늘어난 시가총액 15조달러보다 지난 2~3월 대폭락기에 증발한 30조달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042개 글로벌 증시 가운데 아직 2215곳이 약세장에 있다며, 이는 이들 증시가 전 고점보다 20% 이상 낮은 상태에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BofA의 5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는 70% 가까이가 최근 증시 랠리를 '약세장 랠리'(bear market rally)로 규정했다. 약세장 랠리는 장기적인 약세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급격하고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뜻한다.

하트넷은 1929년, 1938년, 1974년의 약세장 랠리 반등폭이 평균 61%였다며, 이는 S&P500지수가 3180으로 8%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FAAMG' 쏠림에 '과열' 우려도

미국 증시의 과도한 쏠림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뉴욕증시의 랠리가 기술주, 특히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에 너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FAAMG는 이미 시가총액으로 유로존 증시를 넘어섰다.

하트넷은 BofA의 현재 투자전략이 구조적인 약세론에 기반한 전략적 강세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약세론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달 설문조사에서 무려 80%가 'U' 또는 'W'형의 더딘 경기회복을 예상했다는 것이다. 

하트넷은 그럼에도 정책당국이 투자자들에겐 매수, 은행에는 대출, 좀비기업(한계기업)엔 회사채 발행을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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