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유가 한 달…WTI 연이틀 백워데이션

미국의 셰일 설비[사진=픽사베이]
미국의 셰일 설비[사진=픽사베이]

원유 선물 시장에서 마이너스 유가가 등장한지 꼬박 한 달이 지났다. 마이너스 유가는 전세계 금융권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마이너스 유가란 석유를 팔아도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되레 돈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석유가 '산업 폐기물' 취급을 받을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한 달 사이 유가는 아찔한 곡예를 하며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했다. 하지만 이제 유가(미국 서부텍사스원유, WTI)는 5월 초 이후 70% 올라 왔고 '턴어라운드'가 시작됐다고 블룸버그는 1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 WTI 백워데이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일 에너지가 돌아 왔다'(OIL ENERGY IS BACK!!!!)고 말했다. 실제 이날  WTI 선물 곡선에는 백워데이션이 연이틀 나타났다. 백워데이션은 근월물이 원월물보다 높은 것으로 공급부족에서 나타난다. 이날 만기가 도래한 WTI 6월물은 배럴당 32.50달러로 2.14% 올랐다. 7월물은 1% 올라 배럴당 31.9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처럼 만기일이 도래하며 마이너스 유가가 재발할 우려가 컸다. 5월물은 만기를 앞두고 장중 배럴당 마이너스 40.32달러까지 추락했다. 

그리고 이후 유가는 줄곧 콘탱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콘탱고랑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높은 것으로 공급과잉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마이너스 유가 등장 이후 원유시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변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 감산과 수요 회복

첫째, 폐기물 취급을 받으며 누구도 원하지 않는 원유 홍수(flood of unwanted crude)의 수위가 낮아졌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 아라비아는 러시아와 유가 전쟁에 휴전을 선언하고 하루 970만배럴의 감산을 결정했다. 여기에 유가 폭락을 견디기 힘든 미국 셰일이 나가 떨어지며 미국도 자연적으로 감산에 동참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모하마드 바킨도 사무총장은 블룸버그에 다음달이면 하루 최대 1700만배럴의 감산이 이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가 완화하면서 수요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조만간 미국 50개주는 그 수준은 다르지만 봉쇄가 완화하고 유럽 각국은 물론 중국을 필두로 한국, 일본도 봉쇄를 풀고 있다. 

주디스 다킨 RS에너지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석유와 석유제품을 저장할 공간이 소진한다는 우려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 위험한 랠리

원유 시장에서 잔인한 4월은 끝났지만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시아, 유럽, 미국이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그 여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지 코로나19 감염이 재유행할 수 있고 OPEC과 미국의 감산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던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핌코의 그레그 셰어나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당장은 강하게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업대란으로 소득충격이 발생하면 유가는 다시 대폭락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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