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이너스 금리 '선물' 요구...파월 13일 밤 온라인 강연 주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마이너스(-) 금리라는 '선물'을 요구했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라면, 단호한 거절로 시장의 기대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다른 나라들이 마이너스 금리의 혜택을 받고 있다면, (미국도) 그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 가운데 하나인 예금금리(시중은행들이 ECB에 예치하는 자금에 대한 이자)를 지난해 9월부터 -0.5%로 묶어두고 있고, 일본은행(BOJ)은 이미 수년째 기준금리를 -0.1%로 유지해왔다.

시장도 트럼프의 말대로 '선물'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금리선물시장엔 지난주 처음으로 연준이 올해 말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등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기대감이 다소 약해졌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4~6월께는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화할 것으로 본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로금리 등 기존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를 떠받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모든 수단'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전부터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는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의 수익성을 낮춰 대출을 위축시키고, 이는 소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파월이 마이너스 금리를 반대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패트릭 리어리 인캐피털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바킨과 에반스를 비롯한 연은 총재들이 최근 잇따라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배제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파월 의장이 13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온라인 강연에 나서는 게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파월의 연설은 13일 밤 11시(한국시간)부터다. 

전문가들은 다만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지 않으면, 시장이 알아서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몰아붙일 수 있다고 본다. CNBC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주 사상 최저인 0.09%까지 떨어진 걸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대침체'(Great Recession)나 지난 3~4월 증시의 투매 바람이 한창이었을 때처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터 부크바 블릭클리어드바이저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는 파월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생각이 없다면, 이에 대한 시장의 막연한 기대를 꺾어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로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발언보다 강한 어조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식의 단호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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