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美제조업계, 1~2월 대중 마스크 수출 12.6배 늘려"
"트럼프 행정부, 팬데믹 경고 브리핑 받고도 수출 독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 보호장구의 대중국 수출을 대거 늘리도록 자국 제조업체들을 부추겼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스크 품귀사태가 한창인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오판으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WP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체들은 지난 1~2월 중국에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PPE) 약 1760만달러(약 214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0만달러의 12.6배나 된다. 수출이 이렇게 느는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독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백악관이 당시에 이미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팀 관리들은 지난 1~2월에 코로나19가 발원지인 중국에만 머물지 않고 팬데믹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전문가 브리핑을 받았다. 마스크를 비롯한 PPE가 곧 절실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고 한다.
WP는 이런 경고를 무시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팬데믹 위협을 인식하고 대응체제를 준비하는 데 실패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은 이 신문에 "준비 조치를 취하는 대신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했다"며 "지금 사람들은 PPE 공급난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미국은 최근에야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 같은 신문에서 마스크를 손수 만들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하고 나섰을 정도다.
WP는 미국 전역에 있는 병원과 요양소 인력, 응급처치 요원 등 의료·보건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마스크를 비롯한 보호장구를 배급받아 쓰거나 재사용할 정도로 부족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차 감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마스크 부족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려왔다. 중국이 전 세계 마스크를 사재기하면서 품귀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이 늦은 것도 중국이 전염병 발병 정도를 숨겼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한국시간 19일 오후 5시37분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3만5287명으로 전 세계 감염자(233만8335명)의 31%에 이른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9090명으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