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칭화유니그룹 웹사이트]
[사진=칭화유니그룹 웹사이트]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우뚝 섬) 선봉장으로 잘 알려진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8일 상하이거래소에서는 칭화유니그룹 회사채 '19츠광01'이 24.53% 폭락하며 장중 거래가 중단됐다. 시장에서 칭화유니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회사 채권 가격이 급락한 것이라고 중국경영보 등 현지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칭화유니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은행 세 곳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칭화유니그룹은 '칭화대 주식회사'로 불리는 국영기업이다. 중국 명문 칭화대가 지분 100%를 가진 칭화홀딩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칭화유니그룹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칭화유니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이미 예고돼 왔다. 수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 등의 영향으로 부채난에 빠지면서다. 칭화유니그룹의 자산부채비율은 2016년 59.1%에서 지난해 상반기 말 73.65%까지 뛰었다. 지난해 상반기 부채에 대해 지급한 이자만 43억위안(약 7400억원)이 넘는다.

실적도 적자다. 지난해 상반기 적자액만 36억9400만위안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배 넘게 늘었다. 정부 보조금을 뺀 실제 적자액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추산이다. 게다가 칭화유니그룹이 갚아야 할 채권만 모두 372억4600만위안어치에 이른다.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할 채권이 208억위안어치다. 만기가 가까운 채무를 갚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난 1월엔 칭화유니그룹의 8월 만기분, 15억위안어치 채권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기도 했다.

앞서 중국 시나재경은 칭화유니그룹도 팡정그룹처럼 명문대 후광의 덕을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능력은 물론 수익성도 형편없다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이런 기업들은 기술이 뒤처지고 지배구조가 불확실하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대학 산학기업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올 초엔 '베이징대 주식회사'로 알려진 국유기업 베이다팡정그룹(北大方正, 이하 팡정그룹)이 약 3400억원 규모의 위안화 본토 채권 상환에 실패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았다. 
이로써 팡정그룹은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연쇄 디폴트에 사실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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