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2.3%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경연은 8일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0년 1분기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위기 수준의 극심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4분기 보고서의 1.9%에서 -2.3%로 하향조정했다.
한경연은 정부의 전방위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적으로 경제여건 부실과 사실상 생산·소비가 마비됐으며 대외적으로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경기침체 흐름을 전환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위기상황이 장기불황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지는 코로나19 상황 종결 시점과 주요국의 경기둔화폭, 정부 대응의 신속성과 실효성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경연은 특히 올해 민간소비가 3.7% 감소하면서 상당 기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실적 부진으로 명목임금 상승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활동의 물리적 제약,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으로 바닥에 이른 소비심리가 민간소비 악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과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 등 구조적 원인 역시 민간소비 하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온 설비투자는 내수침체와 미·중 등 주요 수출국 경기위축에 따라 -18.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공사 차질과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 영향으로 감소폭이 -13.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경기 반등의 '효자' 역할을 해오던 실질 수출도 글로벌 경기의 동반 하락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로 -2.2%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한경연은 또 대내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재확산과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급락, 기업실적 악화로 인한 대량실업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예상을 웃도는 성장률 하락과 반도체 단가 상승폭 제한, 글로벌 공급망(GVC) 약화 등이 성장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분석업체와 신용평가사, 투자은행(IB) 등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이 -6.7%로 가장 극적인 조정을 가했고,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3.0%를 제시했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1.0%, UBS -0.9%, 스탠다드차타드는 -0.6%를 예상했고 신용평가사인 피치 역시 -0.2%로 한국 경제가 올해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5.1%)뿐이다.
반면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면서도 성장을 예상한 곳도 있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0.2%), 씨티·크레디트스위스(0.3%), 나티시스(0.9%) 등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한국 경제가 1.3%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