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 유입 확진자 반감 확산
"이기주의자, 귀국 자제하라"
"조국에 부담을 안기는 이기주의자"
"비행기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말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위험을 피해 귀국하려는 동포를 향한 중국 누리꾼들의 가시 돋친 비난이다.
드디어 신규 사망자 '0명'을 찍을 정도로 지역사회 감염이 거의 사라진 중국은 이제 코로나19 역외 유입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신규 확진자의 95% 이상이 역외 유입 사례다. 지난달 하순부터 비자나 거류 허가증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까지 막은 상황. 최근 발생하는 역외 유입 확진자는 모두 중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다.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전염병과의 사투에 지친 중국인들은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공장을 제대로 가동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아이들도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완전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자꾸 지연시키는 역외 유입 확진자, 즉 해외에서 감염된 채 돌아오는 동포들이 눈에 거슬리는 이유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의 귀국 지원을 위해 전세기 탑승 수요 조사에 나섰다.
다만 "긴급하게 귀국할 필요가 있는 사람 위주로 신청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방역 당국자들의 입에서 "불필요한 귀국은 자제하라", "귀국 도중에 감염될 우려가 상당하다" 등의 발언이 나온 지는 꽤 됐다.
한 당국자는 기자회견 도중 "돌아오는 비행기 내에서는 계속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물과 음식을 섭취하지 말고 대화도 피하라"고 언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SCMP는 "미국에서 귀국하는 유학생은 항공료와 입국 후 14일간의 격리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며 "내심 귀국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중국 민항국이 해외를 오가는 항공편을 매주 130여편으로 제한하는 등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극단적으로 줄이자 육로를 통해 입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헤이룽장성의 경우 지난 일주일 동안 역외 유입 확진자가 2명에서 62명으로 급증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자 모스크바 등 주요 도시에 머물던 중국인들은 연해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 뒤 차량으로 국경을 넘어 입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 증가를 우려한 현지 당국은 국경 폐쇄를 검토했지만 러시아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서둘러 봉쇄하라", "대가를 치르게 될 것" 등의 날 선 댓글을 남겼다. 물론 "당신들 뒤에는 위대한 조국이 있다" 등의 응원 메시지도 적지는 않았다.
중국 남부 푸젠성의 방역 책임자는 "동남아 국가의 전염병 확산이 향후 방역의 관건"이라며 "화교와 해외 유학생의 입국 증가가 위험 요인"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선 날 미국 국적의 한 중국인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나는 중국인이지만 중국 국적은 아니다"며 돌아갈 수 없는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먹구름이 걷혀 가는 마지막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