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시장의 예상과 달리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중국이 통화 완화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1년물 LPR을 전달과 동일한 4.0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5년 만기 LPR도 지난달과 동일한 4.75%로 유지됐다.
LPR은 중국 내 18개 시중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모든 금융기관이 LPR을 대출 업무의 기준으로 삼도록 요구했다. LPR이 사실상 중국의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지난달 LPR을 0.1% 포인트 내린 데 이어 이달에도 최소 0.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로이터의 시장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1.4%가 LPR 인하를 예상했다.
중국이 LPR을 내리지 않은 건 통화 완화 행보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사실 인민은행은 이미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돈줄’을 풀어왔다.
지난 16일부터는 은행권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단행해 시장에 5500억 위안(약 96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방출했다. 인하 폭은 0.5%~1% 포인트로, 포용적 금융 심사조건에 부합하는 은행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내렸다. 특히 주식제 상업은행에 대해선 지준율을 1%포인트 추가로 내렸다.
지난달에도 이미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LPR 금리를 줄줄이 인하했다. 공격적 통화 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한 중국이 통화 정책적 강도와 리듬을 고려해 이번 달에는 금리를 동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인민은행이 점진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해 나갈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줄리안 에반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 LPR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0.1% 포인트 밖에 낮아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는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입은 내상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앞서 중국의 1~2월 소비, 투자, 생산 지표는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또 중국내 코로나19는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중국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다. 골드만삭스 등 기관에서는 잇달아 중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까지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코로나바이러스 발발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0(제로)’에 가깝게 인하하는 등 전세계 주요국 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며 중국의 통화 정책 운용의 공간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