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발 세계 경제 침체 공포로 글로벌 증시가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12일(현지시간) 10% 가까이 폭락하며,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기록을 썼다.

코스피도 13일 6% 폭락 장세로 문을 연 뒤, 장 초반 낙폭을 8%로 확대하며 한때 169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8% 넘게 추락했다. 폭락장에 유가증권시장에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사이드카가, 코스닥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뉴욕증시,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 폭락장...'유동성 위기' 공포

간밤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9%대의 급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날대비 2352.60포인트(9.99%) 추락한 2만1200.62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2480.64로 260.74포인트(9.51%)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750.25포인트(9.43%) 내린 7201.80에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낙폭은 1987년 10월 19일, 이른바 '블랙먼데이' 이후 33년 만에 최악이다. 아울러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날 다우지수의 뒤를 이어 약세장(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에 돌입했다. 뉴욕증시가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수렁에서 벗어나 반등하기 시작한 지 11년 만에 마침내 강세장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을 술렁이게 한 악재는 코로나19 자체는 아니었다. 마켓워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2~13일 금융시스템에 1조5000억달러가 넘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게 코로나19 국면의 유동성 위기 공포를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켄 일겔크 캐피톨시큐리티스매니지먼트 수석 경제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최대 이슈는 코로나가 아니라 유동성 위기의 부상"이라며 "솔직히 무섭다.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확신을 산산조각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지 않은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대와 달리 금리를 동결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 여파로 유럽 주요 증시가 모두 10% 넘게 폭락했다.

◇美경제, '셧다운' 직격탄...금융위기 이후 첫 '경기침체' 경고도

'족집게'로 정평난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가 12일에 낸 암울한 미국 경제 전망은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켰다.

앤드류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폐쇄)이 올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4%(연율기준)로 끌어내리고, 3분기에도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하면, 미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에 따른 최악의 '대침체'(Great Recession)로 미국 경제는 2008년 4분기(-8.4%), 이듬해 1분기(-4.4%)에 걸쳐 침체를 겪었다.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건 2014년 1분기가 마지막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0.6%로 끌어내렸다. 마켓워치는 이미 많은 기관들이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이번 전망이 가장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일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에 더해 미국에서는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프로농구(NBA) 등 스포츠 경기는 물론 뉴욕 브로드웨이의 대형 공연 등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미국 캐피털이코노믹스가 거론한 '셧다운'이다.

◇韓증시도 폭락장...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발동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간밤의 뉴욕증시 폭락세로 직격탄을 맞았다. 

13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개장 직후부터 동반 폭락하면서 시장 매매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코스피는 8%대 급락세로 출발해 장중 1690선이 무너졌다.

개장 직후 코스닥시장에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유가증권시장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과 관련 파생상품 시장의 매매거래를 20분간 정지하는 제도다. 급락장에서 투매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총 1~3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단계별로는 1일 1회로 발동이 제한된다. 1~2단계 서킷브레이커는 오후 2시50분, 3단계 서킷브레이커는 오후 3시 20분 이후로는 발동하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북한 리스크가 부각됐던 지난 2016년 2월 12일 이후 4년 1개월 만에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거래 종목 중 직전 거래일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의 가격이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할 경우 발동되며, 발동 시점으로부터 5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된다.

오전 9시 51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대비 111.98포인트(6.10%) 하락한 1722.35를 나타내고 있다. 한때 낙폭이 8%를 넘어서며 1684.56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로써 코스피는 지난 1월 20일 장중 고점인 2277.23에서 20% 넘게 떨어져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같은 시간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7% 넘게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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