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코스피가 1950선 전후로 급락하며 지난해 4분기 지수 저점을 밑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 부과 발언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이슈로 글로벌 대비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증시의 부진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7월 말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없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9월 초부터 중국산 수입품 3천억 달러에 대해 10%의 관세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당초 제시했던 25% 수준의 높은 관세는 아니지만 그동안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소비재에 대한 관세 부과라는 점에서 기존 관세와 차이점이 있으며, 이전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더하면 중국 제품 전체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이다.

중국산 소비재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과 9월 미중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 추가 관세가 실제 발효될지 혹은 협상용 카드로 그칠지는 아직 가변적이다.

최근 다시 급등한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과거 역대 미국 대선이 치러진 연도에 하락 패턴을 나타낸 바 있어 올해 연말 또는 내년 G2 갈등 완화 가능성 기대는 아직 남아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올해 하반기에 미중간 무역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은 리스크 요인이다.

한편, 일본은 7월 초부터 IT 핵심소재 일부 품목의 한국향 수출 규제를 실시한 데 이어 8월초 화이트리스트에서 15년 만에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공식화함에 따라 8월 말 발효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표면화된 외교적 갈등이 경제에 영향을 주는 무역분쟁으로 심화된 추이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5위의 수출국이자 3위의 수입국에 해당한다. 한국은 일본에서 고부가 가치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및 조립후 다시 수출하는 산업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일본이 한국향 소재와 중간재 수출을 규제하면 한국의 향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해 일본의 수출 통관 절차는 90일 가량 지연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으며, 의도적인 수출 지연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됨에 따라 일정기간 경과후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한일간의 갈등이 강대강 상황인 데다 일본 아베 총리 임기가 2021년 9까지임에 따라 장기화될 가능성이 잠재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의 대외 수출은 지역별로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크지만,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수출 경기 개선을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의 개선 여부가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글로벌 반도체 가격 급등 현상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 위기와 기회 양면적 의미로 평가되고 있다. 7월 국제 반도체 가격 급등이 메모리 수요 기업들의 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에 따른 일시적 가수요 현상으로 그치며 반도체 가격 조정폭이 다시 커질 경우 한국 반도체 업종의 실적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반도체 재고조정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글로벌 메모리 사용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회복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경우 반도체 업황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 경기와 반도체 실적 개선 여부의 주요 가늠자는 추후 반도체 가격 흐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증시의 악재 중첩과 MSCI 신흥국지수내 중국비중 확대 이슈 등으로 국내증시 조정폭이 확대될 경우 국내증시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의 역사적 저점 부근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8~9월중 단기 지수 저점 형성 가능성도 잠재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8월 중에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는 보수적인 시장 접근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개선 기대 종목과 한일 갈등 심화에 따른 국산화 수혜 모멘텀 보유 종목 중심의 시장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외적으로 글로벌 증시 흐름과 관련해서는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과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 기조 유지 여부가 중요하다.

지난 7월 FOMC에서 연준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한 점은 다소 실망스럽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발언 이후 9월과 12월 FOMC 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확률이 급등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심리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이는 향후 글로벌 증시 하방 압력 완화요인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국증시의 어닝스 일드갭(주식 기대수익률 – 채권수익률)을 고려하면 미국은 채권 대비 주식시장의 메리트가 여전히 우세한 상황이다. 금리 하락 가능성이 커질수록 미국 주식시장의 투자메리트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외 여건으로 기대된다.

유화증권 김승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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