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미국, 일본 등에서 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급락했던 가상화폐가 최근 회복세로 돌아섰다. 설 연휴 기간 해외에서 규제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 영향이다. 그야말로 널뛰기를 하는 가상화폐. 여전히 투자자들은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이번에 떨어지면 꼭 사야지'하는 식으로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또는 제도화가 시급하지만 여전히 우리 정부는 '투기'와 '투자'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정부는 불법행위 차단, 투기과열 진정, 블록체인 등 원천기술 육성 원칙을 두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입법화 움직임을 보이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가상화폐 정책에 따라 시세가 뒤바뀌는 만큼 투자자들 역시 해외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화폐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을까.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20일 '가상통화 규제·세제·회계분야 이슈 점검 세미나'에서 해외 사례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주 마다 규제 및 과세정책이 상이하지만, 일단 입법을 통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경우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규정하고 자본이득으로 과세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역시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고 자체 디지털 통화 개발을 논의 중이다.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금융청을 거래업자에 대한 감독기관을 선정하고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반대로 중국은 비트코인의 개인 간 거래 및 소유는 가능하지만 금융회사의 공식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도 가상통화의 발생, 유통 및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 싱가포르 역시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등을 우려해 규제에 나설 계획이다. 아이슬란드는 비트코인 채굴은 허용하지만 유통은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가상화폐를 금지한 곳이 있는 반면 법정통화로 인정하고 입법화한 곳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회색지대로 남아있다.
이날 오정근 회장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래소 등록제와 가상통화 신용평가제도를 도입,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민간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규제입법을 마련할 경우 가상통화가 공적지급수단으로 오인될 수 있어 많은 국가가 가상통화의 제도권 편입을 망설이고 있다"며, "이들은 가상통화를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보다는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병일 강남대학교 교수 역시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과세하는 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국가가 가상통화의 가치변동에 따른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가상통화 거래에 대해 사업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부가가치세 과세를 위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 세제, 회계제도 등에 관한 직접규제보다는 심각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감안해 거래소라 불리는 중개업소에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지정감사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