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근로자 추천이사제'가 정초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근로자 추천이사제는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와 유사한 형태다. 근로자 또는 근로자측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사업계획, 예산, 정관 개정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가장 큰 장점은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하기 위한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인사로 구성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실현에 도움이 된다. 이에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민간 금융사에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을 검토하란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에 이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당장 근로자 추천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노조가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경영권을 침해하려 들 경우 대안이 없다. 매번 반복되는 임금협상은 더 골치 아파질 수 있다. 여기에 시기가 중요한 구조조정 등 리스크 관리 역시 빠른 의사처리가 힘들어질 수 있어 '노치(努治)' 우려가 있다.

일단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노조는 각각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혁신위의 권고안,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문재인 정부의 노동이사제 도입 계획 등이 나온 만큼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금융 노조다.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만큼 3월 주총에서 재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금융 노조 역시 3월 주총에서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노조도 현재 김정태 회장의 연임 반대를 위해 사외이사 재신임을 요구하면서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의 경우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는 대로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금융노조는 조만간 회사별 대표자 회의를 통해 근로자 추천이사제 추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농협은행 등도 근로자 추천이사제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근로자 추천이사제 확산 분수령은 오는 3월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 중 24명의 임기가 끝난다. 따라서 금융권 노조는 3월 주총에 근로자측 사외이사를 추천해 변화를 이끌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현재 회장 선임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 추천이사제는 금융지주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뽑는 현 구조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제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신중해야 한다"며 "섣부른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은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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