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에 은행·카드업계도 발맞춰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열풍이 거센 가운데 한국인의 비트코인 사랑은 유난히 도드라진다.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변동성은 오늘 사면 내일 올라야 성이 차는 성격 급한 한국인의 특성과 맞물려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일본과 미국에 이어 3위라고 하는 보도까지 나왔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하지만 널뛰는 시세에 투기성까지 논란이 되자 정부는 규제책을 들고 나선 상황. 개미들의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사그라들까.

◇ 한 치 앞 모를 비트코인..1만6000달러 탈환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반등하면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가 주요 거래소에서 집계한 데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7일 오전 1시 27분(이하 한국시간) 1만6132달러를 찍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8일 1만9511달러로 고점을 찍고는 내림세를 타기 시작해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하는 22일 1만775달러까지 떨어졌다. 나흘 만에 44% 폭락한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자마자 저가 매수세가 몰려들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했다. 26일 오후 1만5000달러를 돌파하고는 곧바로 27일 1만6000달러까지 넘어섰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가 폭주하면서 이날 한때 웹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향후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도 양극단을 오간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글로벌 금융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는 제임스 퍼세트(James Faucette)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실제 가치가 0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퍼셰트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이자도 붙지 않아 실제 통화라고 할 수도 없으며, 금과 같은 실물도 아니고 본질적인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비트코인이 결제 네크워크에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만약 아무도 이 결제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0이 될 수 있다”면서 비관론을 피력했다.

반면 여전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장밋빛 미래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블록체인 전문가인 줄리안 호스프는 CNBC 방송에 출연해 “내년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최고 6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비트코인 거래 옥죄는 정부..은행·카드업계도 동참

현재 문재인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규제에 나선 상태다. 투자 빙자 사기나 유사수신 및 환치기 등 불법행위를 집중단속하는 한편 미성년자와 비거주자의 거래 금지를 통해 투기 확산 방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고객자산 별도 예치 △암호키 분산보관 △매도매수 호가·주문량 공개 등을 의무화하도록 규율체계도 마련될 예정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방안도 추진된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중심으로 가상화폐에 대해 거래세와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면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제공해온 가상계좌를 올해 안에 폐쇄한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가상화폐 거래는 빗썸이나 코인원 등과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입한 뒤 거래소에서 부여하는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가상계좌를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거래를 차단한다는 뜻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가상계좌 외에는 추가로 계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코빗 등 3개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발급해 왔다. 신한은행와 농협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 등에 가상계좌를 제공하고 있으나 우리은행 등의 폐쇄 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현재 가상계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 또한 적립 포인트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내년부터 적립 포인트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해주는 서비스를 종료한다. 신한카드는 내년 1월 15일부터, KB국민카드는 1월 22일부터 중단한다.

앞서 두 카드사는 고객의 포인트 활용을 늘리기 위해 가상통화 비트코인 전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 제공업체인 ‘코인플러그’와 제휴해 제공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모바일 앱 판(FAN)의 '판클럽'에서 마이신한포인트 1점을 1원으로 계산해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준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멤버십 플랫폼 ’에서 보유한 포인트리 1000점 이상이면 코인플러그가 운영하는 비트코인 거래소 시세에 따라 1점 단위로 연간 30만점 내에서 비트코인으로 전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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