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치·경제 불확실성 심화,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핵 문제, 미국의 한미FTA 개정 등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한국경제를 흔들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각종 경제지표도 반등하면서 경제성장률 3%대 회복이 확실시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와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은 증시 호조는 한국경제의 훈풍이 되어 줬다. 내년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페달이 본격 가동되는 시기다. 무엇보다 정부가 경제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한 만큼 내년은 '혁신'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플러스는 '2018전망대'를 통해 업권별 내년 전망을 살펴봤다.[편집자]

올해 자동차 업계는 근심으로 한 해를 보냈다. 내수, 수출, 수익성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 여파로 중국 매출이 급감했고, 미국에서는 경쟁 심화로 수익성을 위협받았다. 또 한미FTA 개정이란 복병의 등장으로 불확실성마저 커졌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3사는 판매 부진을 겪었다. 여기에 기아차의 통상임금 패소,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의 임금 및 단체협상 지연 등은 업계의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사별로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중국·미국 판매 감소가 컸다. 양사의 올해 중국 판매량은 지난 11월까지 총 96만9553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38.2%나 감소한 수치다. 사드 여파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상반기에만 무려 52.3%나 판매량이 급감했다. 미국에서도 현대·기아차는 맥을 못 췄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51만1740대를 판매했다. 기아차도 6.9% 줄어든 45만7930대에 그쳤다. 경쟁심화로 양사 모두 인센티브가 증가해 수익성마저 악화한 상황이다.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11월까지 누적 판매는 63만5578대로 8.4% 성장했다. 그랜저가 매달 1만대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고, 올해 선보인 코나 역시 흥행에 성공한 덕이다. 다만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고 있어 이달 판매는 감소가 예상된다. 기아차는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까지 총 47만5048대(전년 대비 -2.1%)를 판매했다. K시리즈의 극심한 부진과 주력인 쏘렌토 판매 감소 영향이 컸다.
 
한국지엠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야심작이었던 신형 크루즈는 초기 가격 정책 실패로 시장의 외면을 겪었고, 신차효과가 사라진 말리부는 힘을 쓰지 못했다. 물량을 책임지던 스파크는 경차 수요 감소 속에 기아차의 신형 모닝에 밀리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그나마 트랙스가 선전했지만, 코나·스토닉 등의 등장으로 이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부진이 심각한 가운데 매출을 지탱해 주던 수출 역시 GM의 유럽 철수가 본격화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결국 한국지엠의 수장은 제임스 김 사장에서 카허 카젬 사장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노조와의 갈등으로 아직 임단협을 마치지 못해 파업 리스크를 안고 있다.

르노삼성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판매를 견인하던 SM6와 QM3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내수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나마 QM6가 호조세를 보였고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SM5가 틈세공략에 성공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에 그쳤다. 다행히 SM6와 QM6가 가세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올해 총 판매는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르노의 클리오 수입 지연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기에 수장 교체도 있었다. 르노삼성의 성장을 이끈 박동훈 사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도미니크 시뇨르 사장으로 교체된 것이다.

반대로 쌍용차는 내수는 좋았지만 수출이 부진했다. 내수에서는 코나 등 경쟁차의 등장에도 티볼리가 선전했고 신차인 G4렉스턴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했다. 수출은 G4렉스턴이 투입됐지만 러시아와 중동 등에서 부진이 심해 전년 동기 대비 27.7%나 감소해다. 결국 쌍용차는 올해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부가가치 차종인 대형 SUV의 호조는 수익성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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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저성장 지속…현대·기아차, 신차로 돌파구 마련

이처럼 자동차 업계에 낀 먹구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년 2~3%의 저상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시장인 중국은 사드 보복 조치가 해빙 무드에 들어가고 있어 판매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로컬 업체의 공세로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전략적 신차 투입으로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어 판매량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수요 감소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브랜드간 경쟁 심화로 시장 상황은 좋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내년 미국 생산량 목표를 올해보다 10% 이상 낮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모델 노후화로 고생했던 현대차는 내년 코나와 신형 싼타페 등 SUV를 통해 판매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도 신형 쏘렌토 및 쏘울, K5 페이스리프트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복병도 있다. 한미FTA 개정의 중심에 자동차 업종이 놓여 있어서다. 미국은 가격경쟁이 심각하다. 따라서 관세 부활 시 한국산 차량의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2018년 유럽 자동차 수요는 지난 4년간의 성장세에서 벗어나 정체 구간에 짐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은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시장의 경우 전망이 녹록지 않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 내수시장이 올해보다 1% 감소한 18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차를 통해 부진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 신형 싼타페, 벨로스터 출시가 예정돼 있고 투싼과 아반떼 페이스리프트 등도 나온다. 기아차도 신형 K3·K5·K9을 투입해 K시리즈 부진을 탈출할 계획이다. 또 신형 쏘울과 프라이드를 투입하고 카니발과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지엠의 구원투수는 GM의 중형 SUV인 에퀴녹스가 될 전망이다. 캡티바 후속 모델에 해당하지만 국내 생산이 아닌 수입·판매가 예상된다. 르노삼성은 올해 선보이지 못했던 클리오를, 쌍용차는 픽업 모델인 코란도스포츠 후속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이사는 "내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신흥국 중심으로 회복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와 브라질 경제가 올해보다 더 좋아지면서 이들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고, 세계 자동차 판매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9840만대로 2.6% 성장이 예상된다"며 "장기 저성장 기조 속에서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어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메이커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수입차의 경우 내년 폭스바겐의 복귀로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내년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를 올해 예상치인 23만5000대보다 9% 성장한 25만6000대로 내다봤다. 이는 그동안 판매중단됐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복귀와 각 사의 신차 투입 등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부회장은  "2018년 수입차 시장은 아우디, 폭스바겐의 판매재개와 함께 시장회복·확대를 위한 각 브랜드별 적극적인 움직임이 시장 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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