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정치·경제 불확실성 심화,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핵 문제, 미국의 한미FTA 개정 등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한국경제를 흔들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각종 경제지표도 반등하면서 경제성장률 3%대 회복이 확실시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와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에 힘입은 증시 호조는 한국경제의 훈풍이 되어 줬다. 내년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페달이 본격 가동되는 시기다. 무엇보다 정부가 경제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한 만큼 내년은 '혁신'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플러스는 '2018전망대'를 통해 업권별 내년 전망을 살펴봤다.[편집자]

올해 은행권에는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카카오뱅크 돌풍, KB금융지주의 리딩뱅크 탈환, 초대형 IB 등장, 채용비리, 기준금리 인상 등 업계를 흔들만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카카오뱅크는 그야말로 '메기'였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와 수수료 혜택, '카카오톡'을 활용한 편의성까지 더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한 달만에 가입자 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시중은행을 위협했다. 그 결과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성향의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했고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게 됐다.

은행권을 위협한 또 하나의 사건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설립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사 간 신경전을 벌였던 발행어음 인가를 허가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에 이어 새로운 경쟁자를 맞이하게 됐다.

실적 호조 속에 KB금융지주가 10여년 만에 신한금융지주로부터 금융지주 1위 자리를 탈환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KB금융지주는 올 3분기까지 순이익 2조7897억원을 신한금융지주는 2조7064억원을 기록했다. KB손해보험·KB증권 등 대형 인수합병에 성공하면서 비은행 계열사로 수익을 확대한 것이 주요인이 됐다.

금감원 감사에서 시작된 채용비리 사태는 우리은행, NH농협, DGB금융 등으로 확산되면서 은행권의 근심이 됐다. 우리은행의 성장을 이끌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이 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도 화두였다. 정부가 투기성 대출 수요를 막기 위해 규제에 나서면서 주담대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위주의 손 쉬운 영업관행을 지적, 은행권을 향한 정부의 압박이 강화됐다. 대신 혁신·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이 요구되면서 은행들은 앞다퉈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열을 올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년 5개월만에 인상한 것도 의미가 있다.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것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은행권은 내년 중 2%대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올해 다사다난했던 은행권이지만, 경영실적은 그야말로 '잔치'였다. 은행권은 지난 3분기까지 11조2000억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103.6%나 성장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이자이익이 2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급증했는데 순이자마진(NIM)이 1.66%로 0.12%포인트 확대된 덕을 봤다.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우왕좌왕했던 은행들은 내년에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수익 증대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인터넷전문은행·초대형IB 등 경쟁 심화

내년 금융환경은 금리 상승 국면으로의 전환, 디지털금융 가속화, 인터넷전문은행·초대형IB와 경쟁 심화, 금융소비자보호 정책 강화 등이 예상된다.

디지털금융의 경우 시중은행들은 이를 내년 화두로 제시하며 저마다 역량 확충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디지털 뱅크'를 국민은행의 핵심 전략이자 미래 동력이라며 관련 인재 영입과 조직 정비에 나섰고 신한은행은 이미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영입, 디지털전략본부장에 인공지능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 섬임 등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혁신 기술 전담 조직인 DT랩을 신설하고 총괄 부사장에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인 김정한 전무를 앉혔다. 농협금융은 은행과 지주 계열사 내 디지털 부서를 통합한 디지털금융부문을 신설하고 CDO에 주재승 농협은행 종합기획부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시중은행들이 빅데이터, 생활금융 플랫폼 등을 통한 온라인 역량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역 확대에 맞서 디지털 역량을 보강한 은행권은 질적 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업금융 시장에서는 초대형IB와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가계대출 확대가 제한되면서 혁신·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이 중요해진 만큼 은행권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예상된다.

은행권의 주수익인 NIM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준이 내년 추가로 3번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금리역전 현상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한국은행도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2회의 금리인상을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출 둔화 및 대손비용 상승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이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금리 레벨 자체가 낮고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오히려 무분별한 대출 감소로 자산 건전성 안정화라는 수혜도 기대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역시 "한국의 은행들은 향후 12~18개월간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은행권의 안정적인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대출평잔 증가세가 이어지고 은행 NIM이 개선되며 대손비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판관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와 같은 수익성 개선폭 증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IFRS 9 시행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나기 대문이다. 내년부터는 금융자산 손상 인식을 예상 손실 관점에서 실시해야 하는데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경우 예상손실 추정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대손비용 증가와 순이자마진 상승폭 축소로 내년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올해 연간 추정치 12조9000억원보다 감소해 8조원대 중반에 머물 전망"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초대형IB 등 경쟁심화에 대비해 은행권의 디지털금융 구축 등 맞춤서비스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고 내다봤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상승으로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차주의 원리금상환부담이 커지면서 금융권의 건전성 지표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정책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은행권의 자산포트폴리오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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